미 마약단속국 수배자, 멕시코 지방선거에 버젓이 출마

입력 2021-05-01 08:47
미 마약단속국 수배자, 멕시코 지방선거에 버젓이 출마

여당 후보로 지방도시 시장직 도전…경찰 "출마에 문제없어"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미국 마약단속국(DEA)이 마약사범으로 지명수배 중인 인물이 멕시코 지방선거에 여당 후보로 버젓이 출마했다.

30일(현지시간) 멕시코 언론들과 AP통신에 따르면 오는 6월 6일 지방선거에서 여당 국가재건운동(모레나·MORENA) 후보로 미초아칸주 우에타모 시장직에 도전한 로헬리오 포르티요 하라미요는 DEA의 수배를 받는 인물이다.

실제로 DEA 웹사이트에서 그의 이름을 검색하면 마약 밀매 공모 혐의로 수배 중이라며 사진과 인적 사항이 뜬다. "무장을 했고 위험하다"는 설명도 달려있다.

현지 매체 밀레니오 등에 따르면 후보의 부친은 이미 마약 범죄로 미국서 3년간 수감된 적이 있으며, 삼촌도 함께 DEA 수배 명단에 올라 있다.

수배 사실이 알려진 후에도 포르티요 하라미요는 지금까지 별문제 없이 선거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초아칸주 경찰은 DEA 수배 명단에 있는 인적 사항이 포르티요 하라미요의 것과 일치한다고 인정면서도 출마를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파트론 미초아칸주 경찰청장은 "비논리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후보 등록을 위해) 외국에서 범죄기록이 없다는 것을 증명할 의무는 없다"며 멕시코 내에서 걸려있는 혐의가 없다는 것만 입증하면 된다고 말했다.

포르티요 하라미요는 자신이 합법적인 사업자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지난 27일 유세에서 "DEA가 나를 찾고 있다고 한다. 난 공식적이고 합법적인 후보"라며 "내 전화번호도 다 공개돼 있는데 왜 날 아직 못 찾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밀레니오는 전했다.

서부 미초아칸주는 마약 카르텔의 활동이 왕성한 지역 중 하나로, 특히 포르티요 하라미요가 출마한 우에타모 근처엔 카르텔이 합성마약 원료를 수입하는 데 사용되는 항구가 있다고 AP는 설명했다.

DEA 간부 출신의 마이크 비질은 AP통신에 이 후보의 가족이 악명높은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과 연결돼 있다는 의혹이 있다며, 그가 시장에 당선되면 카르텔의 마약 원료 수입이 늘어나 "불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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