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이 수요 못 따라가"…코로나 털고 살아나는 철강업계

입력 2021-05-01 07:01
"공급이 수요 못 따라가"…코로나 털고 살아나는 철강업계

'中 수출 환급세 폐지' 호재도 겹쳐…올해 실적 전망치 상향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지난해 코로나19로 최악의 시기를 보낸 철강업계에 생기가 돌고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철강 수요가 살아나면서 1분기 실적이 기대 이상으로 반등한데다 하반기 전망도 밝아서다.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중국산 제품의 수출 시 가격경쟁력이 낮아지는 등 외부 호재까지 겹쳤다.

◇ 철강사들 1분기 실적 '훨훨'…수익성 개선 효과

1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빅2' 철강사인 포스코[005490]와 현대제철[004020]은 올해 1분기 모두 시장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냈다.

포스코는 1조5천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10년 만에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시장 전망치 평균 1조3천907억원도 훨씬 뛰어넘었다.

현대제철은 3천3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분기 기준으로 3년 만에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역시 시장 전망치 평균인 1천788억원을 70%나 상회했다.

세아베스틸[001430]도 1분기 영업이익이 3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3.5%나 증가했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동국제강[001230]도 호실적이 예상된다. 증권가의 예상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많은 약 750억원이다.

철강업계가 부진을 딛고 'V자' 반등에 성공한 것은 글로벌 철강 시황이 개선된 영향이 가장 크다.

코로나19 백신 보급 확대와 각국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국내외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건설, 자동차, 조선 등 전방 수요산업이 활기를 띤 것이다.

이처럼 수요가 확대되는 속도를 공급이 따라잡지 못하면서 철강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최근 열연과 후판의 국내 유통가격은 100만원을 넘었다. 전 세계 철강 가격의 지표 역할을 하는 중국 열연 제품 수출 가격도 작년 하반기부터 계속 상승세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제품값을 잇달아 올리며 수익성을 큰 폭으로 개선했다.

포스코는 기존보다 가격을 높여 4월과 5월 국내 판매 계약을 끝냈으며, 6월 수출 계약도 마무리 단계다.

현대제철도 완성차업체에 가격 인상 안을 제시하고 막바지 협상 중이다. 양사는 그동안 손해를 감수해야 했던 조선향 후판 가격도 업황 개선 상황을 고려해 계속 인상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철강재 시장에 수급 불균형이 생긴 것은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급격한 생산 위축으로 재고 수준이 낮아진데다, 세계 1위 철강 생산국인 중국의 철강사들이 환경정책 강화로 인해 감산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 하반기까지 호황 기대…올해 실적 전망치 상향

철강업계는 철강재 가격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우선 미국이 총 2조4천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세계 주요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앞다퉈 내놓으면서 글로벌 철강 수요가 꾸준히 확대될 전망이다.

세계철강협회는 올해 철강 수요를 작년 대비 5.8% 증가한 18억7천400만t 수준으로 내다봤다.

반면에 철강산업 특성상 급격한 수요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가 어려운데다 중국의 감산 기조가 이어지는 만큼 지금과 같은 공급 부족 현상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중국 정부가 자국 철강업체에 주던 수출 환급세 혜택을 대부분 폐지한 것도 국내 철강사들에 호재다.

중국 정부는 지난 28일 철강재 수출 물량에 대해 13%의 증치세(부가가치세)를 환급해주는 '수출 환급세'를 다음 달 1일부로 0%로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수출 환급세는 중국 철강사들의 수출을 장려하기 위해 운용하던 제도다. 이를 사실상 폐지하기로 한 것은 중국 내 생산 물량을 대부분 내수용으로 돌리겠다는 의미다.

이번 조정으로 중국에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철강재에 대한 세금 환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향 중국산 철강재 수출 가격은 기존보다 t당 약 8만∼13만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 철강사들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철강재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도 있다. 워낙에 전 세계적으로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중국산 제품 유입이 줄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국가적인 탄소 배출 저감 차원에서 철강 생산량 감축을 추진하면서 철강 제품의 수출 감소와 내수 위주의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며 "국내 철강사 입장에서는 큰 호재"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장밋빛 전망 속에 포스코는 올해 실적 전망치를 당초보다 높여 잡았다.

지난 1월에는 올해 연결기준 매출 목표를 59조4천억원으로 제시했지만, 최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63조2천억원으로 상향했다. 별도 기준 매출 목표도 27조9천242억원에서 32조8천억원으로 높였다.

현대제철 역시 올해 실적이 연초 세웠던 사업 계획보다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측은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시황이 3분기까지 견조하고 하반기 통틀어 당초 계획을 훨씬 상회하는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br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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