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75% 감염된 '집단면역'도 브라질 변이엔 속수무책
전염력 최고 2.4배 증강, 발원 도시 마나우스 7주 만에 점령
감염 면역 46%까지 무력화…저널 '사이언스'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인도발 변이와 함께 가장 위협적인 변이 코로나로 꼽히는 브라질발 변이는 아마조나스주의 주도(州都) 마나우스(Manaus)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이 브라질 변이의 돌연변이 유형과 전염력 변화, 면역 회피 능력 등을 분석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P.1'으로 불리는 브라질 변이의 전염력은 앞서 등장한 다른 코로나바이러스(non-P.1 coronavirus)보다 1.7배 내지 2.4배 강했다.
이 변이는 또 다른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긴 면역력의 10~46%를 무력화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렇게 강해진 전염력 덕에 브라질 변이는 불과 7주 만에 마나우스 지역의 확진자 87%에 퍼진 것으로 추정됐다.
덴마크 코펜하겐대 과학자들이 주도한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논문으로 실렸다.
29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마나우스는 지난해 1차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기간에 전체 주민의 75%가 감염될 만큼 막대한 피해를 봤다.
그렇게 많은 주민이 감염되다 보니, 세계의 다른 몇몇 지역과 함께 감염에 따른 '집단 면역'이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작년 11월과 12월에 걸쳐 P.1의 확산이 시작되면서 집단 면역의 기대감은 일거에 무너졌다.
현재 브라질은 전체 인구 대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망자와 확진자 수가 세계 최상위권이다.
코펜하겐대 연구팀은 마나우스 지역에서 나온 여러 가지 유형의 데이터를 활용해 P.1 변이의 특성을 분석했다.
이 가운덴 180건의 유전자 샘플 시퀀싱(염기서열 분석) 데이터도 들어 있었다.
유전학적 관점에서 P.1은 이전의 야생형 코로나나 변이한 코로나 아종(亞種·strain)과 확연히 달랐다.
신종 코로나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생기는 중요한 '돌연변이 3종'(K417T, E484K, N501Y)을 포함해 무려 17개의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P.1은 작년 11월께 마나우스에서 처음 출현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그런데 전체 확진자 샘플에서 P.1의 점유율이 87%까지 올라가는 덴 7주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는 P.1이 처음 나타난 지 두 달도 안 돼 마나우스 지역의 주도적 코로나 아종이 됐다는 뜻이다.
P.1의 증강된 전염력과 면역 회피 능력에 대한 추정치는 전염병학 모델(epidemiological model) 분석에서 나왔다.
연구팀은 이 모델로 치명률이나 유전자 서열 같은 데이터 소스를 종합해, 두 개의 바이러스 아종 가운데 어느 것이 마나우스의 대유행을 더 잘 설명하는지 분석했다.
여기에서 '보통 코로나바이러스'(normal coronavirus)의 비교 대상이 된 바이러스는,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이용해 브라질의 실제 상황과 가장 잘 부합하게 보정한 가상의 모델이다.
논문의 수석 저자인 사미르 바트(Samir Bhatt) 기계 학습 교수는 "세계의 다른 지역에 이 연구 결과를 적용할 수 있다고 추론하는 건 주의해야 한다"라면서 "중요한 사실은, 현재의 팬데믹을 완전히 통제하려면 많은 나라에서 변이 바이러스 감염 등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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