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면 잠들어요…희소 질환 '발작성 수면' 앓는 영국 여성

입력 2021-04-29 17:03
수정 2021-04-29 17:27
웃으면 잠들어요…희소 질환 '발작성 수면' 앓는 영국 여성

웃으면 온몸의 힘이 빠져 잠을 통제 못해

수영하다 잠들어 죽을 뻔한 적도 있어

치료 병행하며 나름 즐거운 나날 보내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영국의 젊은 여성이 웃으면 온몸의 긴장이 풀려 잠이 드는 보기 드문 질환을 앓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9일 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영국 버밍엄에 사는 벨라 킬마틴(24)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도 모르게 갑자기 잠드는 기면증(발작성 수면)을 겪고 있다.

기면증 환자는 4명 중 3명이 '탈력발작'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탈력발작은 감정적으로 흥분하면 온몸에 힘이 빠지는 증상을 말한다.

킬마틴은 고등학생 때 항상 피곤함에 시달렸고 오후 7시 30분이면 잠들었다.

그러면서 점점 피로가 심해졌고 심지어 시험을 치르다가도 잠들곤 했다.

이에 킬마틴은 아드레날린 주사까지 맞았지만, 소용없었다. 그리고 2015년 기면증 진단을 받았다.

그는 이후에도 악몽을 자주 꾸고 가위에 눌리곤 했지만, 무엇보다도 '웃음'이 무서웠다.

킬마틴은 예상치 못하게 웃음이 터질 때마다 근육을 통제할 수 없게 됐다. 의식이 또렷하고 소리는 들리지만, 무릎은 풀렸고 고개도 들 수 없었다.



킬마틴은 "온몸에 뜨거운 물을 부어봤지만, 몸이 반응하지 않았다"면서 "어디서 발작이 일어날지 몰라 상당히 무섭다"고 말했다.

그리고 킬마틴은 2016년 스페인령 카나리제도 테네리페섬으로 휴가를 갔다가 탈력발작으로 목숨을 잃을 뻔했다.

수영하다가 갑자기 웃음이 터져 익사할뻔한 것이다.

킬마틴은 "다행히 (휴가를 같이 간) 친구가 내 상태를 인지하고 있었고, 내 머리를 수면 밖으로 꺼내줬다"고 말했다.

킬마틴은 영국 러프버러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약국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기면증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같은 병을 앓는 사람이 있는지 몰랐는데, 다른 환자의 경험담을 접한 게 도움이 많이 됐다"면서 "이제는 주변 사람들에게 기면증이나 탈력발작에 대해 터놓고 말한다. 그게 내 얘기를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요즘 병원 치료를 병행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그는 소셜미디어에 자신의 사진과 함께 일상도 자연스럽게 소개하고 있다.



honk02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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