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의회연설, 좌우편 모두 여성이 차지…"역사적 장면"
의회연설 양 옆자리에 해리스 부통령, 펠로시 하원의장 나란히 착석
여성계 환호…"남성과 동등한 위상 모두에게 보여줘"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마담' 하원의장과 '마담' 부통령. 이 연단에서 어떤 대통령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이제 그럴 때가 됐습니다."
2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 연설에서는 미 역사상 유례가 없던 장면이 처음으로 연출됐다.
대통령 연단 뒤에는 각각 부통령(상원의장 겸직)과 하원의장 자리가 배치되는데, 이날 연설에서는 두 자리를 모두 여성이 채운 것이다.
AP 통신, CNN 방송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먼저 자리에 도착한 것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으로, 그는 곧이어 온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향해 마스크 위로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환대했다.
두 사람은 악수를 하는 대신 팔꿈치를 가볍게 마주치는 것으로 코로나19 상황에 맞춘 인사를 나눈 뒤 짧게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이 연출됐다.
사실 펠로시는 2007년부터 하원의장을 맡은 터라 그간 의회 연설에 나선 역대 대통령의 뒷자리에 등장해왔다.
그러다 해리스가 미 역사상 첫 여성 부통령에 오르면서 이날 대통령의 양옆을 두 여성이 모두 채우는 장면이 탄생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이를 의식한 듯 연설을 시작하면서 여성에 대한 경칭 '마담'(Madam)을 붙여 하원의장과 부통령을 나란히 호칭했다.
그는 "감사합니다, '마담' 하원의장 그리고 '마담' 부통령"이라고 운을 떼고는 "이 연단에서 어떤 대통령도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가 됐습니다"라면서 역사적 순간을 기렸다.
여성계도 환호했다.
러트거즈 대학 '미국 여성과 정치 센터'의 데비 월시는 "특히나 흐뭇한 순간"이라며 "이 장면은 여성이 고위직을 거머쥘 수 있으며 남성과 동등한 자리에 갈 수 있다는 점을 모두에게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펠로시 하원의장은 연설 전부터 각별한 기대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는 연설 몇 시간 전 MSNBC 방송에 출연해 "역사를 만들게 돼 멋지다. 그럴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도널드 트럼프 등 공화당 대통령 시절에도 하원의장 자리를 지켰는데, 특히 앙숙이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2월 연단에 섰을 당시 그의 연설이 끝나자마자 보란 듯 국정 연설문을 찢어버리는 일화를 남겼다.
한편 해리스 부통령 측은 이날 '역사적 장면'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는 않고 다만 당시 순간으로 설명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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