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의회연설] '작은 정부'와 결별…부자증세로 경제재건에 투자

입력 2021-04-29 12:51
수정 2021-04-30 14:19
[바이든 의회연설] '작은 정부'와 결별…부자증세로 경제재건에 투자

6조달러 정부 지출로 중국과의 '21세기 패권 경쟁' 승리 구상

바이든 "미국이 전기차·배터리 리드해야…재계와 부자들이 공정한 몫 부담"

"낙수효과 없었다"며 부자증세…공화 반대와 증세 '역풍' 우려가 변수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취임 100일을 앞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제 청사진은 '작은 정부'와의 결별로 요약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서 백신을 발판으로 큰 진전을 거뒀지만 대유행 사태의 타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미국 경제의 재건 작업을 연방정부가 직접 나서서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재원은 기업과 최상위 부자들로부터 걷어 마련하겠다는 복안이다.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과의 경쟁을 이겨내려면 전방위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시각이다.

그러나 과도한 정부 지출과 증세에 대한 공화당의 반감이 강해 원안대로 실행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벌써 나온다.

◇ 100일만에 4조달러 승부수 던진 바이든…"중국과 경쟁"

바이든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가장 역점을 둔 대목 중 하나는 경제 재건을 위한 정부 주도의 투자 계획이다.

앞서 발표한 2조2천500억달러(약 2천492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구상인 '미국 일자리 계획'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1조8천억달러(약 1천993조원) 규모의 '미국 가족 계획'의 세부 구상까지 함께 공개했다.

취임 100일도 안돼 총 4조달러가 넘는 어마어마한 정부 지출 계획을 내놓은 것은 근래 보기 드문 일이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에 직접 대응하는 추가 재정부양까지 고려하면 바이든 행정부의 씀씀이는 6조달러에 육박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런 기조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40여년 간 미 정가를 지배한 '작은 정부' 철학을 버리고 '큰 정부'로의 대전환을 꾀한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분석했다.

이날 연설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일자리 계획'이 "한 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미국 그 자체에 대한 투자이자 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일자리 계획"이라며 "비국방 분야에서 역대 최대 연구개발 증액"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이번 계획은 오직 정부만이 할 수 있는 투자"라며 수백만개 일자리 창출을 기대했다.

인프라 등에 대한 대대적 투자는 21세기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중국 및 다른 나라들과의 경쟁" 때문이라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주장이다.

그는 "미국의 노동자들이 전기차와 배터리 생산에서 세계를 리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우리는 경쟁에서 뒤떨어져 있다. 배터리, 바이오기술, 컴퓨터 칩, 청정에너지 등 미래 기술과 상품을 개발하고 지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사람'에도 투자…재원은 대기업·'슈퍼부자'들의 세금

이날 처음 세부 내용을 공개한 '미국 가족 계획'은 표면적으로 교육과 보육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복지 정책이지만, 미국의 미래 경쟁력을 위한 장기적 투자이기도 하다.

'미국 가족 계획'에 따라 바이든 행정부는 보편적 공공 교육 대상에 3∼4세 프리스쿨과 2년제 커뮤니티 칼리지를 새로 포함한다.

이에 따라 미국의 공공 교육 기간은 현행 12년에서 16년으로 늘어나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12년의 보편적 공공 교육은 21세기 경쟁에 충분하지 않은 기간"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부 장학금을 확대하고, 질 좋고 저렴한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며, 최대 12주의 유급 육아휴직과 병가를 보장하겠다고 바이든 대통령은 약속했다. 어린이를 키우는 가정에 대한 3천달러 이상의 직접 세액공제도 신설한다.



재정 적자를 늘리거나 연 40만달러(약 4억4천300만원) 이하 계층에 대한 증세 없이도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바이든 대통령은 자신했다.

그는 "미국 재계와 1% 최상위 부자들이 공정한 몫을 부담해야 할 때"라며 이들에게 화살을 돌렸다.

법인세 인상분은 '미국 일자리 계획'의 재원으로, 초고소득층에 대한 증세는 '미국 가족 계획'의 재원으로 각각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슈퍼 부자'들의 연방소득세율을 현행 37%에서 39.6%로 올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17년 감세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연 100만달러 이상 소득자에 대한 자본이득세율을 20%에서 39.6%로 두 배 가까이 올린다.

이러한 부자 증세도 사실 1980년대 초 최고 소득세율인 50%, 1970년대 70%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낙수(trickle-down) 경제는 결코 작동한 적이 없다"며 "경제가 바닥에서 위로,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성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 공화 반대에도 의회 문턱 넘을까…증세 역풍도 우려

바이든의 경제 구상이 순항할 것으로 낙관하기는 어렵다. 과도한 재정 지출과 증세에 반발하는 공화당이 전원 반대표를 던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인프라 투자 계획을 원안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은 공화당이 1조8천억달러가 들어가는 '미국 가족 계획'까지 순순히 봐줄 가능성은 작다는 게 중론이다.

상원에서 박빙의 우위를 지키는 민주당이 일치단결한다면 해법이 나올 수 있겠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중도파인 조 맨친 상원의원이 공화당과 비슷한 이유로 이 구상에 반대할 수 있고, 반대로 진보 진영은 사회보장 정책이 불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세부 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재원을 일정 부분 분담해야 할 50개주 지방정부가 모두 순순히 돈을 내놓을지도 불분명하다.

특히 자본이득세율 인상은 개인의 투자 심리를 떨어뜨려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월스트리트에서 나오고 있다고 WP가 전했다.

만약 증세안이 통과되면 법 시행 직전 슈퍼 부자들이 보유한 주식 등 자산을 일제히 팔아치워 주가가 급락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런 공포 때문에 부자 증세 계획이 처음 알려진 지난주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으나, 원안대로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기대감'에 다음날 곧바로 반등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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