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이민법 개정에 "당국이 입출경 통제" 우려 나와

입력 2021-04-29 10:21
홍콩 이민법 개정에 "당국이 입출경 통제" 우려 나와

정부 "불법 이민·망명 대응"…야권 "필요시 법원이 결정할 사항"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에서 정부 관리에게 입출경객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이민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당국이 시민들의 자유로운 이동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9일 명보 등 홍콩 언론에 따르면 홍콩 의회인 입법회는 전날 저녁 찬성 39표, 반대 2표로 홍콩 보안국(법무부)의 '입경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홍콩 입경처(入境處·출입국관리소)장이 홍콩을 입출경하는 승객, 승무원, 항공기를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누가 홍콩에 들어오고 홍콩에서 나갈 수 있는지를 입경처장이 판단해서 필요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개정안은 오는 8월1일 발효된다.

이에 대해 야권과 법조계 등에서는 중국에서 반체제 인사 등에 적용하는 '출국 금지' 수단이 홍콩에서도 시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앞서 지난 2월 홍콩변호사협회는 입경조례 개정안에 대해 "입경처장에 명백히 제한없는 권력을 쥐어준 것"이라며 "홍콩 거주자와 다른 이들의 홍콩 출경을 막는 문제는 필요할 경우 입경처장이 아니라 법원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존 리(李家超) 홍콩 보안국장은 개정안이 통과된 후 의회에서 "우리는 불법 이민자와 관련 시스템을 악용하는 가짜 망명 신청자의 폭증 등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개정안은 이를 막기 위한 것이지 홍콩인의 여행 자유는 영향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단체와 사람들이 개정안을 왜곡하고 루머를 퍼뜨리며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콩 정부는 현재 1만3천명이 홍콩에 망명을 신청했으며 해당 신청 처리 작업이 밀려있다고 밝혔다.

친중 의원 엘리자베스 쿼트는 의회에서 "망명 신청 규모가 홍콩의 평화와 안정을 해친다"며 "홍콩은 이러한 '암'을 치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안국은 개정안이 홍콩 입경객에만 적용되며 불법 이민자를 겨냥한 것이라고 밝혔다.

명보는 그러나 이러한 보안국의 설명이 개정안에 명기돼 있지 않아 우려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홍콩 제2 야당인 공민당은 성명을 통해 "홍콩 거주자들의 입출경 자유는 기본법(홍콩 미니헌법)에 보장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영국 등으로 이민을 떠나려는 홍콩인이 증가하는 가운데 해당 개정안이 통과됐다"며 "난민 옹호 단체들은 이미 문제가 많은 홍콩 망명 시스템이 더 악화했다고 지적한다"고 밝혔다.

홍콩 난민 지원 단체 저스티스센터는 "개정안에 대한 의회의 토론은 외국인 혐오와 인종 차별적 언어로 채워졌다"며 개탄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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