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주식 분할비율 미공개…분할 협의 길어지면 의결권은?
이론상 공유주주로 명의개서한 뒤 대표자가 의결권 행사 가능
삼성 "조만간 지분 분할 내역 공개될 것"…장기화에 선 그어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삼성 일가가 28일 이건희 회장 보유 주식에 대한 분할 계획을 공개하지 않음에 따라 이 주식의 의결권 행사에도 궁금증을 낳고 있다.
상속인들은 현재 이건희 회장 주식에 대한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해 공유하는 상태다. 이론상으로는 분할 합의 전에도 대표자 1명을 선정해 의결권 등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여사와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차녀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은 지난 26일 금융위원회에 삼성생명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서를 냈다.
개인별로 얼마의 지분을 취득할 계획인지 구체화하지 않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포함해 4인이 이 회장이 보유한 삼성생명 주식 20.76%를 공동으로 보유한다는 내용만 담았다.
삼성 일가는 조만간 구체적인 분할 비율을 확정해 보완 서류를 제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상속세 신고·납부 기한인 오는 30일 이전까지 재산 분할 합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유족 간 상속재산 분할 비율이 결정되지 않더라도 유족 중 누구든지 상속세 총액만 날짜 안에 납부하면 되기 때문에 주식의 분할 협의를 30일 이전에 마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주식 취득 공시 역시 공동상속인 간 재산 분할 합의가 완료된 날로부터 5영업일 이내에 하면 된다. 따로 기한이 없으므로 합의가 장기화하더라도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지난 3월 삼성 계열사 주주총회에서 이건희 회장 몫의 의결권은 행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주식 분할 협의가 길어지면 의결권 행사에도 제약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민법에 따르면 상속은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개시되는데, 상속인은 상속이 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 의무를 승계한다(민법 제1005조). 상속인이 여러 명이면 상속재산은 그 공유로 한다(민법 제1006조).
이재용 부회장과 홍라희 여사,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이 이건희 회장 몫 주식에 대한 주주권을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개별 몫으로 나누기 전 단계에서의 잠정적인 공유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회사에 대항해 주주권을 행사하려면 반드시 명의개서(주주명부에 증권 명의인의 표시를 고쳐 쓰는 일)를 해야 한다(상법 제337조).
재산 분할 합의가 완료되지 않았다면 구체적 지분율 없이 '공유주주'로서 명의개서를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국예탁결제원 관계자는 "법·규정상 별도 지분율 없이 공동명의로도 명의개서를 신청할 수 있다"며 "다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례가 많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주식을 여러 명이 공유하는 경우 공유자들이 주주권을 행사할 대표자 1명을 정해야 한다(상법 제333조). 금융당국 관계자는 "상속인들이 의견을 모으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을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단 삼성은 주식 분할 협의 장기화에 선을 긋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유족들을 대신해 "유족 간 주식 배분을 놓고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조만간 지분 분할 내역도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일가는 금융위원회에도 상속 지분 비율에 대한 합의를 마치는 대로 삼성생명 대주주 변경 승인 신청 서류를 보완해 제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변경 승인 신청서를 받으면 60일 이내에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단 흠결이 있으면 보완을 요구할 수 있고 보완 기간은 심사 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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