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러 '스푸트니크V' 승인 재차 거부…"안전성 위험 남아"
지난 1월 승인 거부 뒤이어…러 "과학과 무관한 정치적 결정" 비난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브라질 보건당국이 러시아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 승인을 재차 거부했다.
27일(현지시간) 타스 통신에 따르면 브라질 보건 분야 규제기관인 국가위생감시국(Anvisa)은 전날 스푸트니크 V 도입과 자국 내 사용 승인 문제를 검토하기 위한 4시간여에 걸친 회의 뒤 감시국 이사 5명 전원의 동의로 이같이 결정했다.
안토니우 바하 토히스 Anvisa 국장은 "이 결정은 현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며 오늘까지 우리가 분석한 것에 근거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Anvisa의 의약품 및 생물학제품 감독실 실장은 "우리의 주의를 끈 비판적 요소 가운데 하나는 이 백신에 증식이 가능한 아데노바이러스가 있다는 점"이라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운반을 위한 벡터(전달체) 역할을 하는 아데노바이러스가 스스로 증식할 수 있는 안전 위험을 지적했다.
또 다른 Anvisa 인사는 "러시아 백신을 승인한 대부분의 나라가 국제적 권위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스푸트니크 V는 아직 유럽과 미국 당국에 의해 승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앞서 브라질 대표단은 이달 17~23일 러시아를 방문해 스푸트니크 V 생산 공장들을 시찰하는 등 백신 수입과 사용 승인을 위한 자료 수집 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대표단 방러 때도 스푸트니크 V 백신을 개발한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학센터' 실험실 방문은 허용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스푸트니크 V는 인간 감기 아데노바이러스 26형과 5형을 전달체로 이용하는 벡터 방식 백신이다.
벡터 백신은 인체에 해를 주지 않도록 처리한 전달체 바이러스에 코로나19의 스파이크(돌기) 단백질 유전자를 넣어 인체에 주입하는 방식이다.
전달체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가면 인체 세포가 스파이크 단백질의 유전자를 읽은 뒤 항원 단백질을 합성하고, 이 항원 단백질이 코로나19 중화항체 생성을 유도한다.
스푸트니크 V와 아스트라제네카(AZ), 얀센 백신 등이 모두 감기 바이러스인 아데노바이러스를 벡터로 사용한다.
AZ와 얀센 백신은 최근 혈소판 감소를 동반하는 희귀 혈전증이 발생하는 사례가 보고됐는데, 일각에서는 전달체 아데노바이러스가 인체 내에서 과잉 면역반응을 일으켰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스푸트니크 V 개발 지원과 해외 공급 및 생산을 담당하는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는 앞서 지난 1월 중순에도 브라질 제약사 우니앙 키미카를 통해 Anvisa에 사용 승인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Anvisa는 스푸트니크 V 백신이 3상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는 등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승인을 거부했다.
이에 RDIF는 지난달 26일 서류를 보완해 다시 신청서를 제출했다.브라질 보건당국이 스푸트니크 V 백신 승인을 재차 거부하자 RDIF는 트위터를 통해 "브라질 당국의 스푸트니크 V 도입 및 사용 허가 지연은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백신 정보나 과학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지난해에도 브라질의 스푸트니크 V 구매를 방해하려고 시도했었다면서 미국 개입론을 제기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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