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안정된 후에" 아세안합의 부정?…반군, 미얀마군기지 점령(종합)

입력 2021-04-27 15:50
수정 2021-04-27 18:24
군부 "안정된 후에" 아세안합의 부정?…반군, 미얀마군기지 점령(종합)

합의 사흘 만에 '준수' 아닌 '고려'표명…전제까지 달아 백지화 위기

전날 군경 총격에 2명 숨져…카렌반군은 태국국경 미얀마군 기지 점령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 유혈 사태를 풀기 위한 동남아 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의 '즉각적 폭력 중단' 합의가 사흘 만에 백지화 위기에 처했다.

미얀마 군부가 사태가 안정된 후에 합의 사항을 긍정 고려하겠다며 대폭 후퇴한 입장을 밝힌 가운데 군경의 총격이 멈추지 않자, 반군도 미얀마군 기지를 급습해 점령하는 등 위기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군사 정권은 27일 관영매체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상황이 안정된 뒤 (아세안의) 건설적 제안을 주의 깊게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제안들이 군정이 내건 로드맵을 촉진하고 국가 이익에 도움이 된다면 긍정적으로 고려될 것"이라고 덧붙였다고 로이터와 교도 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성명은 24일 자카르타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폭력 즉각 중단과 당사자들간 대화 시작 등 5개 항에 걸친 합의사항이 발표된 뒤 나온 군정의 첫 공식 반응이다.

그러나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참석한 가운데 나온 정상들의 합의 사항에 대해 준수가 아닌 '긍정 고려' 표현은 군부가 자신들 편의에 따라 합의를 지키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황이 안정된 뒤' 라는 전제 조건까지 붙여 당분간 폭력을 계속 사용할 수 있는 구실까지 만든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아세안 합의 이틀 만인 전날 밤 군경의 총격으로 2명이 숨졌다.



이라와디 뉴스는 전날 밤 제2도시 만달레이 세인판구에서 한 노점상이 군경의 총격에 숨졌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3명도 다쳤다고 보도했다.

미지마 뉴스는 남부 다웨이 지역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한 여성이 아무런 이유 없이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시민들 이 소식을 SNS를 통해 신속하게 전했다.

한 네티즌은 "이것이 아세안 합의에 대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대답"이라고 비판했다.

군경이 아세안 합의와 달리 총격을 이어가자, 이날 오전에는 최대 반군 중 하나인 카렌족 반군이 태국 국경과 인접한 미얀마군의 전초기지를 급습해 점령했다.



이라와디 및 외신은 카렌민족연합(KNU) 군사조직인 카렌민족해방군(KNLA) 5여단이 이날 오전 5시께 태국 매홍손주 인근 미얀마군 전초기지를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파도 소 토 니 KNU 대변인은 외신과 통화에서 "이 전초기지가 점령돼 불에 탔으며, 현재 사망자 등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니 대변인은 다른 지역에서도 미얀마군과 전투가 있었다면서도 구체적 사항은 언급하지 않았다.

태국 매홍손주의 한 관리도 "매삼랩 지역 건너편 미얀마군 전초기지에서 격렬한 교전이 있었다"면서 "지금까지는 태국 쪽으로 영향이 미치지는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에 전했다.

SNS에서는 미얀마군 전초기지가 불에 타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현지 매체인 카렌정보센터는 마을 주민들이 미얀마군 7명가량이 도주하는 것을 봤다고 보도했다.

이번 전투는 2월1일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군부와 소수민족 반군간 벌어진 전투 중 가장 치열한 것 중 하나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날 함락된 미얀마군 전초기지는 KNU 병력에 둘러싸인 곳으로, 태국 국경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미얀마군은 최근 몇 주간 식료품 부족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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