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대표 시민단체 경찰 조사…"불법단체화 가능성"
중련판은 홍콩변호사협회장 비판 성명
캐리 람 "법 위반시 조사"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의 중국화' 작업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정치권에 이어 민간단체들에도 속속 파장이 미치고 있다.
27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홍콩 대표 시민단체 민간인권전선의 피고 찬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경찰로부터 다음 달 5일까지 6가지 항목에 대한 질의에 답하라는 통지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찬 대표는 경찰이 민간인권전선에 대해 사회단체조례(社團條例)를 위반했다면서 재정과 집회 활동 등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이 지난해 12월 중국과 홍콩 정부의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유엔 공동 청원에 왜 참여했는지도 답하라고 했다고 전했다.
2002년 9월 결성된 민간인권전선은 매년 7월 1일 주권 반환일 집회를 개최해 왔으며, 2019년 송환법 반대 대규모 집회를 여러 차례 기획했다.
민간인권전선 홈페이지에 따르면 인권과 민주주의에 관심이 있는 50여개 단체가 연합해 결성됐다.
앞서 지난달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홍콩 당국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에 따라 민간인권전선의 불법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이 단체가 대만 등 외국 정치 조직과 연결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며, 사실로 확인될 경우 홍콩보안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민간인권전선은 해외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은 적이 없으며, 집회에서 모금 활동을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연합조보 보도 이후 공민당, 교사노조, 민주당 등 많은 단체가 '불법화'의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민간인권전선에서 탈퇴했다.
이와 함께 중국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은 지난 25일 홍콩 변호사협회장 폴 해리스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홍콩 공영방송 RTHK는 "중련판이 강한 어조의 성명을 통해 변호사협회에 해리스의 해임을 압박했다"며 "중련판은 해리스가 지미 라이와 다른 활동가들에 실형이 선고된 것에 공개적으로 반발한 것은 직업윤리와 법치주의를 저버렸다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영국 출신 해리스 회장은 지난해 말 홍콩 변호사협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홍콩보안법에 대한 반대 의견을 표해왔으며, 최근에는 홍콩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와 다른 민주활동가들에 실형이 내려진 것은 평화적인 집회와 관련해 홍콩 법원이 내린 첫 번째 징역형이라고 비판했다.
중련판은 해리스 회장을 '외세와 친밀한 반중 정치인'이라고 지칭하면서 변호사협회장은 애국자가 맡아야 한다고 했다.
이 두 사안과 관련해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이날 언론 정례 브리핑에서 "법을 준수하는 한 표현과 집회, 시위의 자유가 보장된다"면서도 "누구라도 법을 위반하면 당국은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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