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호랑이에 물린 중국인 인터뷰…"뭔지도 모르고 물렸다"

입력 2021-04-27 13:00
수정 2021-04-27 18:10
야생 호랑이에 물린 중국인 인터뷰…"뭔지도 모르고 물렸다"

주민 도움 없었으면 생명 위험했을 수도

승용차 경적 울리자 한번 물고 달아나

차량 몰고 호랑이 쫓아낸 시민은 포상금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최근 중국 만주의 한 시골 마을에서 야생 호랑이의 공격을 받은 주민은 호랑이가 갑자기 나타나 뭔지도 모르고 물린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중국매체 신경보에 따르면 헤이룽장성 미산(密山)의 마을 주민 리춘샹(李春香) 씨는 최근 병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호랑이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당시에는 호랑이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호랑이는 지난 23일 오전 7~8시(현지시간)께 마을로 내려왔고, 10시간 넘게 배회하다 당일 오후 9시께 마취총 5발을 맞은 뒤에야 제압됐다.

리씨는 눈앞에서 뭔가가 달려들 때도 그게 호랑이인 줄 몰랐으며, 커다란 물체가 자신을 한 번 물고 울음소리를 낸 뒤 다른 곳으로 갔다고 기억했다.

그는 호랑이에 물린 뒤 "(인근마을 주민인) 쑹시궈(宋喜國) 씨가 나를 돕기 위해 소리를 지른 뒤에야 비로소 눈앞에 호랑이가 있는 것을 알고 정신이 멍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쑹씨가 서둘러 차에 태워준 뒤 몸 상태를 물었을 때도 "어깨가 조금 아프다"라고만 답했다.

리씨는 병원으로 옮겨진 뒤 크고 작은 상처 5곳이 확인됐지만 다행히 혈관이나 신경 등은 다치지 않았고, 어깨 상처 봉합수술을 한 뒤 안정을 취하고 있다.

리씨는 사고 당일 오전 마을에 호랑이가 내려왔다는 소식도 듣지 못한 채 옥수수밭에서 일하던 중이었다.

마침 승용차를 몰고 지나던 쑹 씨는 호랑이가 사람을 공격하려는 것을 보고 경적을 울리며 밭으로 돌진해 호랑이가 인명피해를 내지 못하도록 막았다.





병원 측은 호랑이가 러시아에서 넘어왔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리씨에 대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핵산검사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에 나섰던 쑹씨는 그때를 회상하며 "시속 60~70km로 운전했는데 호랑이의 속도는 시속 100km 쯤 되는 것 같이 느껴졌다"면서 "안 되면 호랑이에 한 번 부딪쳐 피하게 해서 쫓아낼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또 "당시 차를 산 지 얼마 안 됐지만 차나 (구조에 따른) 영예 같은 건 생각도 못했고, 호랑이를 쫓아내 사람을 구하자는 생각뿐이었다"면서 "지나고 나서 보니 무서웠다"고 밝혔다.

당국은 쑹 씨 등 '용감한 시민' 2명에게 '정의를 위해 용감히 나섰다'는 영예와 함께 1인당 2만 위안(약 343만원)의 포상금을 수여했다.

2017년 기준 미산 농촌지역의 1인당 연 수입이 1만6천여 위안(약 279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준이다.

조사 결과 호랑이는 2~3살 정도의 수컷으로, 225kg 정도 무게에 매우 사나운 성질인 것으로 확인됐다.

"밭에서 일하다 순식간에"…225kg 야생호랑이에 물린 중국인 / 연합뉴스 (Yonhapnews)

당국은 인근 산 이름을 따 이 호랑이를 '완다(完達)산 1호'로 이름 지었고, 헤이룽장성 무단장(牡丹江)의 사육센터로 옮겨 45일간 격리 관찰과 유전자 검사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완다산 지역에는 4~6마리의 야생 호랑이가 서식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완다산 1호는 최근 중국과 러시아 국경지대에서 활동해왔으며 '러시아에서 왔는지' 등 정확한 근원을 알기 위해서는 양국의 공동 조사가 필요하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주민들은 아직도 호랑이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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