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달러패권 도전' 디지털화폐 한 발 더…첫 도시 연계 시험

입력 2021-04-27 11:28
중 '달러패권 도전' 디지털화폐 한 발 더…첫 도시 연계 시험

내달 상하이·쑤저우 동시 시험

"내년 동계올림픽 때 외국인도 사용"

시범지역 '4+1'→'10+1' 확대…'인터넷 공룡' 견제 동시 노려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세계에서 법정 디지털 화폐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중국이 처음으로 두 도시에서 동시에 대규모 법정 디지털 화폐의 시험 사용에 나선다.

27일 증권일보 등에 따르면 장쑤성 쑤저우(蘇州)시는 최근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계정을 통해 내달 5일 시작하는 '5·5 쇼핑 축제'(五五購物節)에 맞춰 상하이직할시와 함께 시민들에게 중국의 법정 디지털 화폐인 '디지털 위안화'를 나눠주는 소비 촉진 행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5·5 쇼핑 축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 속에서 소비를 진작하기 위해 상하이시가 작년 노동절 연휴 기간 중인 5월 5일에 맞춰 처음 기획해 진행한 소비 축제인데 올해는 상하이시와 인접한 쑤저우시도 함께 참여한다.

작년 10월 광둥성 선전(深?)시를 시작으로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여러 도시에서 잇따라 시민들에게 디지털 위안화를 나눠주고 대규모 공개 시험을 진행해왔다.

중국 당국이 복수의 도시를 묶어 디지털 위안화 사용 시험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이 정식 법정 디지털 화폐 도입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것을 뜻한다.

국제금융보는 "쇼핑 축제 기간 상하이와 쑤저우 두 지역은 서로 연동돼 시험 참여 시민들은 상하이나 쑤저우 어느 곳에서도 디지털 위안화를 쓸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최대 경제 도시인 상하이에서 대규모 법정 디지털 화폐 시험이 이뤄지는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부터 법정 디지털 화폐 준비에 나선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정식으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를 발행하는 나라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 번에 수십만명의 일반 시민들이 참여한 대규모 공개 시험과 별개로 중국은 여러 시범 도시를 지정해 비공개로 내부 시험을 진행해왔다.

중국은 2019년 말 선전, 쑤저우, 허베이성 슝안(雄安), 쓰촨성 청두(成都) 4개 도시에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최지까지 총 5곳을 시범 지역으로 지정했다.

2020년 10월에는 상하이, 하이난성, 후난성 창사(長沙), 산시(陝西)성 시안(西安), 산둥성 칭다오(靑島), 랴오닝성 다롄(大連) 6개 도시가 추가됨으로써 '4(도시)+1(동계 올림픽 개최지)'이던 시범 지역이 '10+1'로 확대됐다.

중국 매체들을 통해 대대적으로 선전되는 대규모 공개 테스트와 별개로 이들 시범 지역에서는 지속해서 다양한 디지털 위안화 사용이 조용히 진행 중이다.

또한 매번 대규모 공개 테스트가 진행될 때마다 참여 시민 및 상업 시설이 많아지고 시험 유통액 규모가 커졌다.

이와 동시에 일반 오프라인 점포 결제 외에도 인터넷 전자상거래 결제, 네트워크가 없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근거리 접촉 방식 결제 등 다양한 새로운 기술적 시험이 추가로 진행되고 있다.

리보(李波) 인민은행 부행장은 지난 18일 보아오포럼 행사에서 "더욱 많은 도시를 시범 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앞으로 시험 과정에서 더욱 많은 (상업) 장소를 포함해 (디지털 위안화) 생태계 시스템을 완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내년 2월 개최되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자국의 법정 디지털 화폐 선전의 계기로 활용할 전망이다.

리 부행장은 "다가오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 기간에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 손님들도 디지털 위안화를 이용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를 전국적으로 전면 도입하는 것은 서두르지는 않겠다면서 속도 조절 뜻을 내비치고 있다.

리 부행장은 "현재 (디지털 위안화 도입의) 명확한 시간표는 없다"며 "전국에 디지털 위안화를 보급하기 전에 먼저 계속 시험을 잘 진행하는 등 몇몇 남은 일이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디지털 화폐 도입을 서두르는 것은 미중 갈등 속에서 달러 의존도를 줄이고 위안화 국제화를 촉진하는 한편 민간 기업인 알리바바와 텐센트 양사가 장악한 금융 인프라를 국가 주도로 재편하는 등의 다양한 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인민은행 디지털화폐연구소의 무창춘(穆長春) 소장은 지난달 국제결제은행(BIS) 주최로 열린 회의에서 "그들(알리페이와 위챗페이)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중국 금융 안정에 명백히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기에 중앙은행이 나서 이를 보완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며 인민은행이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즈푸바오·支付寶)와 텐센트의 위챗페이(웨이신즈푸·微信支付)를 대체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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