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에 중국까지 '감염 최악' 인도에 지원 손길
미, 중 견제위한 쿼드 일원인 인도에 백신 원료 지원키로
EU·독·프·영도 팔 걷어붙여…중국, 산소 관련 장비 등 지원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세계 주요국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인도를 지원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25일(현지시간) 글로벌 제약 기업인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을 긴급히 생산하는 데 필요한 원료물질을 인도에 지원하기로 했다.
또, 신속진단검사키트와 인공호흡기, 개인보호장구 등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도 나타냈다.
NSC의 성명에 앞서 같은 날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인도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직접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수석 의학 고문인 파우치 소장은 ABC방송 '디스 위크'에 출연해 이 같이 말하면서 그동안 발표된 의료 지원을 포함해 "이보다 더 해야 한다. 우리는 여기에서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의 대통령 공식계정에 "팬데믹(대유행) 초기 미국의 병원들이 압박받았을 때 인도가 지원을 보내준 것처럼 우리도 인도가 도움이 필요할 때 돕기로 했다"라고 적었다.
바이든 대통령도 인도에 코로나19 백신 원료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NSC 성명도 공유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도, 일본, 호주 등과 함께 쿼드(Quad)를 만드는 등 인도를 전략적으로 중시하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우리는 쿼드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포함해 백신 협력을 최우선 순위로 삼아왔다"며 "인도는 미래를 위한 백신 생산·배포를 논의하는 우리의 쿼드 파트너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유럽 주요 국가들도 인도에 대한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유럽연합(EU) 행정부 수반 격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트위터에 "우리는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EU는 인도의 지원 요청에 신속하게 응하기 위해 자원을 모으고 있다"라고 말했다.
야네스 레나르치치 인도적 지원 담당 EU 집행위원은 긴급히 필요한 산소와 약물을 신속하게 공급할 준비가 돼 있는 EU 회원국들과 조율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이날 "이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맞선 싸움은 우리 공동의 싸움"이라면서 인도에 대한 긴급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 계획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주간지 슈피겔은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독일군이 산소 공급과 관련한 지원을 요청받았다고 전했다.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 관계자도 인도에 수일 안에 산소 호흡기를 포함한 지원 물품을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국은 인도에 산소 농축기와 호흡기 등 필수 의료 장비를 1차로 보냈고, 다음 주 후반에 지원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초 보리스 존슨 총리는 이날 인도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인도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해지자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인도와 국경 분쟁을 벌여온 중국도 인도에 방역 물품을 제공하며 우호적인 신호를 보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는 확진자 폭증에 따른 의료용 산소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도에 의료용 산소 발생기 1천 대를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한 물류회사는 마스크 30만 개를 기증하기 위해 인도와 접촉 중이며 한 오토바이 업체도 마스크 20만 개를 기증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코로나19와 싸우는 인도 정부와 국민을 지지한다"며 "중국은 인도의 필요에 따라 지원과 도움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이를 위해 인도 측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는 최근 확진자 폭증으로 병상과 의료용 산소 부족 사태가 벌어지며 목숨을 잃는 환자가 늘고 있다. 25일 인도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34만9천691명에 달했다.
인도에서는 전염력이 강한 이중 변이에 이어 삼중 변이 바이러스까지 발견되면서 각국이 인도발 여행객 입국 제한조치에 나선 상황이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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