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무선전화기 들고 통화하던 미 흑인, 경찰 총격에 중상

입력 2021-04-26 04:55
새벽에 무선전화기 들고 통화하던 미 흑인, 경찰 총격에 중상

버지니아주서 부보안관 '오인' 총격…피해자 차 고장나 집까지 데려다준 경관



(워싱턴=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비무장 흑인이 경찰의 총에 맞아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25일(현지시간) CNN방송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흑인 이사야 브라운(32)은 지난 21일 오전 3시 19분께 스폿실베이니아 카운티 부보안관이 쏜 총에 맞아 쓰러졌다. 그는 10발의 총상을 입고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주 경찰과 카운티 보안관실이 공개한 보디 카메라 영상과 911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브라운은 무선 전화기를 손에 들고 있다가 경관의 총격을 받았다.

브라운은 당시 자동차 열쇠를 찾으러 어머니의 방에 들어가려 했지만, 동생이 이를 못 하게 하자 말다툼을 했으며 집의 무선 전화로 911에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온 부보안관은 무선 전화기를 들고 있는 브라운이 총을 가졌다고 생각해 그에게 걸음을 멈추고 총을 내려놓으라고 반복해 소리쳤다.

그러나 브라운이 응하지 않자 부보안관은 총을 발사했다.

브라운의 변호사인 데이비드 헤인즈는 성명에서 총격 당시 브라운이 911과 통화 중이었고 무선 전화기를 경찰관이 총으로 착각했다면서 "비극적인 총격은 완전히 피할 수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보안관이 여러 가지 기본적인 오류를 범했고 규정을 위반했다며 "경찰은 브라운과 거의 50피트(15m) 떨어진 곳에 있었고 결코 위협을 받지 않았다"며 무기를 발사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버지니아주 경찰 대변인도 이날 CNN에 브라운이 피격 당시 무장하지 않은 상태였다고 확인했다.

공교롭게도 총격을 가한 부보안관은 사건 발생 약 1시간 전에 브라운의 차가 고장나 주유소에서 집까지 그를 태워줬던 인물이라고 미 언론은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로저 해리스 보안관은 해당 부보안관이 휴직에 들어갔으며 주 경찰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경찰이 16세 흑인 소녀에게 총을 쏴 숨지게 하고 노스캐롤라이나주 엘리자베스시티에서도 흑인이 경찰의 총에 맞는 등 흑인들에 대한 일련의 총격으로 법집행 기관이 조사를 강화한 시기에 발생했다고 CNN은 전했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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