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코로나백신 허가신청시 식약처 "AZ·얀센 백신 절차로 검증"
스푸트니크 V는 '혈전 논란' 아스트라제네카·얀센 백신과 같은 종류
예방효과 91.6%에 달하지만, 실제 환자에 적용해 수집한 데이터 부족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보건당국이 러시아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Sputnik V) 도입을 검토하면서 의약품 허가 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증 능력이 검증대에 오른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수급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스푸트니크 V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국외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 백신을 국내에서 위탁생산하기로 계약한 한국코러스도 스푸트니크 V의 국내 도입을 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 "스푸트니크 V, 리얼월드 데이터 부재"…"품목허가 신청 자료와 달라"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일각에서는 스푸트니크 V의 대규모 임상시험 및 실제 인구 접종 자료와 이상반응 감시 자료가 학계 및 대중에 공개돼있지 않다는 이유로 이 백신의 국내 도입을 반대하고 있다.
스푸트니크 V 백신은 지난 2월 세계적 의학 학술지 '랜싯'에 임상 3상 결과 예방효과가 91.6%에 달한다는 내용이 실린 이후 대규모 리얼월드 데이터(실제 환자에 적용해 수집한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 백신을 맞은 사람은 백신 전체의 15%로, AZ(75%), 화이자(44%), 모더나(22%) 등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게다가 이 백신을 긴급사용 승인한 러시아, 아르헨티나, 벨라루스, 미얀마, 멕시코 등이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AZ), 얀센 백신 등을 접종 중인 국가만큼 면밀한 이상반응 감시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지도 의문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앞서 페이스북에 "(AZ·얀센 등) 전달체 플랫폼 중 가장 안정적인 임상 3상 시험 결과를 보였지만 안전성에서는 더 검증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식약처는 대중에 공개된 자료가 의약품 품목허가 시 고려하는 자료의 전부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상봉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식약처가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쓸 의약품을 언론 보도나 국제 학술지 몇 개를 기반으로 허가를 내리는 건 아니다"며 "아직 자료가 제출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자료가 부족하다고 단언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 식약처, 전달체 백신 혈전 논란 이후에도 얀센백신 허가…"스푸트니크 V도 같은 절차로 검증"
다만 식약처가 AZ·얀센 백신 허가 과정에서 혈전에 대한 부분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스푸트니크 V 백신의 혈전 부작용 가능성을 어떻게 검토할지 관심이 쏠린다.
식약처는 지난 3월 초부터 유럽 등지에서 AZ 백신 접종자에게서 희귀 혈전증이 발생했음에도 4월 초 같은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얀센 백신에 대해 허가를 내렸다.
김 국장은 "허가 당시에는 희귀 혈전증과 얀센 백신 접종 간의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고, 자료에 제시된 임상시험이 이뤄졌던 시점도 몇 달 전이었다"고 설명했다.
스푸트니크 V는 AZ 및 얀센 백신처럼 감기 바이러스의 일종인 아데노 바이러스 벡터(전달체) 플랫폼 방식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 항원 유전자를 재조합한 뒤 독성과 감염력을 제거한 아데노바이러스에 넣어 체내에 주입하는 식으로 개발됐다.
전문가들은 혈전이 전달체 백신 접종자에게서 드물지만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걸 보면 플랫폼의 문제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식약처는 백신 품목허가 시 개발자가 제출하는 품질 자료에서 희귀 혈전증을 다른 이상반응과 동등하게 검토할 예정이다. 스푸트니크 V 백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김 국장은 "혈전증 외에도 아나필락시스 등도 고려해야 한다"며 "(스푸트니크 V 품목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기존과 같은 절차로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ke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