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따라 경기·인천 아파트값 들썩…상승세 가팔라진다

입력 2021-04-25 09:42
철도 따라 경기·인천 아파트값 들썩…상승세 가팔라진다

4차 철도망 구축계획 확정 발표 전부터 작년 대비 수 배 뛰어

다주택자도 호가 올리거나 매물 거두고 일부는 증여로 돌아서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경기와 인천의 주요 지역 아파트값이 철도망 구축 호재를 품고 다시 들썩이고 있다.

25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경기와 인천의 올해 4월 셋째 주까지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각각 6.43%, 6.45%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 상승률인 4.31%, 4.03%와 비교해 각각 1.5배, 1.6배씩 상승 폭을 확대한 셈이다.

특히 정부가 지난 22일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2016∼2025년)을 확정 발표한 것을 계기로 이런 추세가 더욱 두드러질 기세다.

경기도 시흥시 대야동에서 서울시 양천구 목동을 연결하는 신구로선이 신규 광역철도에 포함된 시흥시는 지난주 아파트값 상승률이 1.08%를 기록, 전국 시·군·구 단위의 규제지역 가운데 가장 많이 올랐다.

시흥시의 올해 아파트값 누적 상승률은 10.61%로, 작년 같은 기간(5.83%)의 1.8배에 달한다.



시흥시 대야동 시흥센트럴푸르지오 전용면적 84.9954㎡는 올해 1월 2일 6억8천800만원(3층)에 팔렸지만, 지난달 5일 8억6천300만원(26층)에 계약돼 2개월 새 1억7천500만원 올랐다.

현재 이 면적은 10억∼11억원을 호가한다.

이 단지에 있는 A공인 중개업소의 대표는 "작년 5월에 준공해 대야동의 시세를 이끄는 대장 신축 아파트"라며 "교통 호재가 가격에 선반영 됐었지만, 최근 확정 발표로 다시 가격이 뛰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양도세를 면제받으려면 1가구 1주택이 2년 이상 보유해야 해서 지금 나온 물건은 대부분 다주택자 매물"이라며 "다주택자들도 이번 호재를 계기로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4차 철도망 계획 발표에서 인천 2호선 연장(인천 서구∼ 고양 일산서구)의 호재를 안은 일산역 주변의 아파트값도 뛰고 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일산동 일신휴먼빌 전용 84.988㎡는 지난달 13일 4억원(1층)을 처음 돌파했고, 전고점 경신을 이어가다가 4차 철도망 계획안이 발표된 지난 22일 4억5천만원(9층)에 또다시 종전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이 아파트 인근에 있는 B 중개업소는 "철도망 확정 발표 이후 매수 문의가 늘고 거래도 계속 성사되고 있다"며 "절세를 위해 6월 1일 이전에 처분하려던 다주택자들도 급하게 싼값으로 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애초 아파트를 팔려던 다주택자가 계획을 바꿔 자녀에게 증여한 사례도 포착됐다.

부천시 소사본동 부천소사역푸르지오 전용 84.9779㎡는 지난 22일 7억6천만원(15층)에 매매 계약이 이뤄졌다. 김포와 부천을 잇는 광역급행철도(GTX)-D 노선이 발표된 날이다.

열흘 전 같은 면적 4층이 8억2천만원에 신고가를 돌파한 것보다 6천만원 낮은 금액이다.

이 단지 C 공인 중개업소 대표는 "정상 거래된 것이 아니라 집주인이 팔기 아깝다고 자녀에게 증여한 것"이라며 "현재 매수 손님이 많고 호가는 8억2천만∼9억원에 형성돼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자체가 건의한 노선과 비교해 대폭 축소된) GTX D노선은 훗날 결국 강남까지 연결될 수밖에 없다"며 "6월부터는 다주택자들이 내놓은 급매물마저 사라지면서 가격이 더욱 급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경기도 광주시 삼동 우남퍼스트빌 전용 84.902㎡는 위례삼동선(위례∼삼동) 신설 호재로 가격이 급등할 조짐을 보인다.

삼동역이 도보로 7∼8분 거리인 이 단지는 올해 1월 12일 처음으로 5억원(1층)을 돌파한 데 이어, 같은 달 14일 5억3천500만원(2층), 지난 13일 5억5천만원(13층)으로 꾸준히 상승세를 탔다.

단지 내 D 중개업소 공인중개사는 "급매물 5억5천만원부터 최고 6억5천만원까지 가격이 형성돼있다"면서 "철도망 발표 호재로 매수 문의가 크게 늘고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인천 연수구 연수동 솔밭마을아파트 전용 49.56㎡는 제2경인선(청학∼노온사) 신설 계획이 확정된 지난 22일 2억3천500만원(1층)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달만 하더라도 같은 층이 1억8천800만∼1억8천900만원에 팔린 것과 비교하면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연수구는 인천에서 철도망 확충의 가장 큰 수혜지로 부각되면서 올해 들어 인천 8개 구 가운데 최고 상승률(11.25%)을 기록 중이다.

연수동에 있는 E공인 중개업체 사장은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취득세가 중과되지 않는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올해 들어 공시가격이 1억원을 넘으면서 거래가 뜸했다"면서 "최근 제2경인선 확정 발표로 다시 매수세가 올라오는 모양새"라고 전했다.

부동산·철도 전문가인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부동산 가격에서 철도는 교육 환경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중요한 요인"이라며 "통상 철도가 다른 노선과 연결되거나 신설되는 경우 계획안 발표·확정, 착공, 개통 단계를 걸치면서 부동산 가격이 최소 30%는 오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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