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아르메니아 집단학살 공식 인정…"되풀이하면 안돼"

입력 2021-04-25 02:07
바이든, 아르메니아 집단학살 공식 인정…"되풀이하면 안돼"

레이건 이후 40년만에 '제노사이드' 용어 사용…"터키 비난 목적 아니다" 선그어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터키 전신인 오스만제국의 아르메니아인 학살을 '집단학살'(genocide)로 공식 인정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오스만제국 시대에 아르메니아인 집단학살로 숨진 모든 이들의 삶을 기억한다"며 "미국 국민은 106년 전 오늘 시작된 집단학살로 목숨을 잃은 모든 아르메니아인을 기리고 있다"고 밝혔다.

미 대통령은 4월 24일 아르메니아 집단학살 추모일을 맞아 연례적으로 성명을 발표했지만, 이번 성명의 경우 집단학살을 뜻하는 '제노사이드'라는 표현을 두 번이나 쓴 것이 달라진 점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 사건을 집단학살로 규정한 마지막 미국 대통령은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었다.

이후 미 대통령은 터키의 압력에 따라 이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이 40년 만에 이 단어를 다시 꺼낸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시 "20세기 최악의 참사 중 하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세기 최악의 집단 잔혹 행위의 하나"라는 표현을 썼다.

대부분의 역사가는 1915년부터 1923년까지 터키의 전신 오스만튀르크가 아르메니아인과 다른 소수민족을 상대로 집단학살을 자행했다고 인정한다. 이 사건으로 150만 명 정도가 사망했고, 50만 명이 거주지를 떠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터키는 집단학살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채 그동안 처형이나 추방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거나 집단학살로 규정한 다른 나라를 비난하는 태도를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을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터키의 반발을 예상한 듯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취임 후 첫 통화를 하는 자리에서 집단학살로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미리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도 "우리는 역사를 긍정한다"며 "우리는 비난을 던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어난 일이 절대 되풀이되지 않도록 보장하기 위해 이 일을 한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 역시 이 문제로 인해 터키와 관계가 악화해선 안 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미 당국자는 터키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중요한 동맹이라고 표현하면서 이번 성명의 의도는 터키 비난에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원칙적인 방식으로 인권의 가치에 초점을 맞춰서 낸 성명이지, 비난을 포함해 그 이상의 어떤 이유도 있지 않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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