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천억? 3.2조?…에버랜드 부지, 상속세 기준은 '시가'
감정평가액도 시가로 간주…"공시지가 아닌 감정평가액 적용 유력"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주식, 미술 컬렉션과 함께 상속세 규모를 결정지을 유산은 용인시 소재 에버랜드 부지다.
이 회장은 에버랜드 부지 1천322만㎡의 절반을 소유했다. 나머지 절반은 제일모직과 합병한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다.
에버랜드 부지 등 이 회장 소유 부동산에 적용되는 상속세율은 50%다.
토지 상속재산가액을 결정하는 기준은 '시가'다. 시가는 상속개시일(사망일) 2년 전부터 이후 15개월 사이 동일한 토지의 매매가액을 가리킨다. 공동주택과 달리 토지는 같은 부동산을 찾기가 매우 힘들고, 더욱이 에버랜드 부지는 같은 매매 사례가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매매가액이 없다면 감정평가액을 시가로 간주한다.
감정평가를 하지 않고 공시지가로 신고할 수 있다. 하지만, 과세당국이 공시지가와 실제 가치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신고 내용을 인정하지 않는다.
상속·증여세 전문가들은 이 회장 상속인들이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에버랜드 부지 상속세를 신고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토지는 주택과 달리 제출할 시가가 없거나 유사 매매사례가액을 찾기가 힘들다"며 "대규모 토지는 감정평가법인의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신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에버랜드 부지 공시지가와 감정평가액은 삼성의 승계를 전후해 널뛰기를 반복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앞서 2015년 에버랜드 부지의 공시지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앞두고 갑자기 치솟은 사실이 2018년 드러나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공시지가를 결정하는 표준지 가격이 1년 만에 최대 370% 급등했고, 2016년에는 다시 하락했다. 에버랜드 부지 절반을 보유한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려고 일시적으로 공시지가를 급등시킨 '외압 또는 청탁'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4월 자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수사를 의뢰했다.
2015년 당시 국민연금은 제일모직의 에버랜드 부지 가치를 3조2천억원으로 평가했지만 회계법인의 평가액은 그보다 훨씬 낮은 9천억∼1조8천억원이었다.
상속·증여 전문 세무사 A씨는 "토지의 상속가액 신고액이 비현실적으로 낮으면 국세청이 직접 감정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 납세자들이 감정을 받아 신고하는 분위기"라며 "이 정도 규모라면 국세청이 부동산 상속가액 평가 내용을 신중하게 들여다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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