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비우호 국가' 공관의 러시아인 직원 채용 제한(종합)

입력 2021-04-25 07:24
푸틴, '비우호 국가' 공관의 러시아인 직원 채용 제한(종합)

러-서방 관계 냉각 속 비우호국 공관 업무 어렵게 하려는 취지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홍준석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에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를 지정해 제재하는 대통령령에 23일(현지시간) 서명했다.

크렘린궁 보도문에 따르면 이 명령에는 러시아에 비우호적 행위를 하는 국가의 러시아 주재 대사관이나 총영사관, 정부기관 등이 러시아인들을 현지 직원으로 고용하는 것을 제한하거나 완전히 금지하는 방안이 담겼다.

푸틴 대통령은 정부에 비우호적 국가 목록을 작성하고, 이 국가들의 공관이 고용할 수 있는 러시아인 직원 수를 정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정부가 정한 고용인 수를 초과해 채용한 러시아인과의 노동 계약은 파기하도록 지시했다.

이 같은 대통령령은 최근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의 갈등이 악화해 '신냉전' 기류를 보이는 가운데 발표됐다.

러시아 외무부는 앞서 자국 외교관들을 추방한 미국과 체코에 맞추방 조치를 취하면서, 러시아 주재 양국 대사관이 러시아인들을 현지 직원으로 고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한 바 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의 명령은 이 같은 제재를 미국과 체코뿐 아니라 모든 비우호적 국가들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비우호적 국가 공관들의 러시아 현지 직원 채용을 제한함으로써 공관 운영을 어렵게 하겠다는 취지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다만 푸틴 대통령의 명령이 비우호적 외국 공관에만 적용되며, 외국 기업이나 투자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미국은 러시아의 작년 미국 대선 개입, 대규모 해킹 등을 이유로 지난 15일 러시아 기업·정부 기관·개인을 제재하고 외교관 10명을 추방했다.

러시아는 이튿날 곧바로 러시아에 주재하는 미국 외교관 10명을 추방하겠다고 밝히며 맞대응에 나섰다.

체코도 미국과 보조를 맞춰 지난 17일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18명을 추방했다.

이들이 러시아 비밀 공작원들이며 2014년 체코에서 발생한 탄약창고 폭발사고에 연루됐다는 이유에서다.

러시아는 다음날 자국 주재 체코 외교관 20명을 24시간 이내에 출국하라고 통보해 맞불을 놨다.

뒤이어 폴란드, 불가리아, 슬로바키아, 발트3국(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도 러시아와의 외교관 추방전에 가세해 러-서방 간 긴장이 한층 고조됐다.



honk02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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