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스트롱맨 쁘라윳·두테르테 아세안 불참 흘라잉 비판 부담됐나
쁘라윳은 쿠데타 '선후배'로 관계 밀접…두테르테 '유혈탄압' 둔감?
"흘라잉에 '아세안 한목소리 아니다'라며 왜곡할 명분 줄 수 있어"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쿠데타 이후 80일 이상 계속되는 미얀마 유혈사태 해결책을 논의하는 24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태국과 필리핀 정상이 불참한 것을 놓고 여러 말이 나온다.
정상회의에는 10개 회원국 중 라오스도 외교장관을 대신 보내지만,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와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아시아의 대표적인 '스트롱맨' 지도자라는 점에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두 정상은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군사정권에 각을 세워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상회의 불참 이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가 거론됐지만, 이면에는 다른 속내가 있지 않으냐는 시각이 많다.
무엇보다 쁘라윳 총리 불참 배경에는 그와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밀접한 관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무자비한 유혈 진압의 '정점'에 있는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쿠데타 이후 국제무대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만큼, 유혈 사태에 비판적이었던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정상이 쓴소리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쁘라윳 총리가 국제사회 분위기와 다르게 미얀마 편을 들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자신에게 호의를 보여 온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비판하기도 어려워 아예 불참을 결정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쿠데타를 일으킨 뒤부터 두 사람이 함께 주목받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쁘라윳 총리도 지난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지도자이기 때문이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2월1일 쿠데타를 일으킨 지 며칠 만에 쁘라윳 총리에게 친서를 보내고 이해를 구했다.
현재까지 흘라잉 최고사령관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해외 정상은 쁘라윳 총리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쁘라윳 총리는 당시 이 내용을 공개하며 "양국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후 태국 정부가 반군에 보급로가 막힌 국경 인근 미얀마군에 쌀 700포대 지원을 지시했다거나, 미얀마군 공습으로 태국 국경을 넘어 온 카렌족 난민을 다시 돌려보냈다는 보도도 잇따라 나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쿠데타 이후 직접 미얀마 사태를 언급한 적이 거의 없다.
다만 쿠데타 당일 해리 로케 대통령궁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미얀마 국내 문제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미얀마에 있는 우리 국민의 안전"이라고 말했다.
물론 테오도로 록신 외무장관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즉각 석방과 쿠데타 이전 상태로의 완전한 복귀를 촉구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의 입장 표명과는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집권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진행한 '마약과의 유혈 전쟁'에서 재판 없이 용의자를 사살하는 이른바 '초법적 처형' 문제로 국제사회와 인권단체들의 비판을 받았다는 점에서 미얀마 유혈 탄압에 둔감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가 이듬해인 2017년 3월 미얀마를 공식 방문했을 당시, 흘라잉 최고사령관과 회담하는 외신 사진도 이런 점에서 의미심장해 보인다.
두 '스트롱맨' 지도자의 불참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어떤 결과물이 나오든 간에 흘라잉 최고사령관에게 그 결정을 '왜곡'할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말레이시아의 정치 분석가인 아즈미 하산은 현지 매체 베나르뉴스에 "아세안 회원국의 2·3인자가 참석한다면 미얀마 군사정권에 아세안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는 신호를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얀마 전문가인 호주 출신 정치분석가 헌터 마스턴도 트위터에서 "쁘라윳의 아세안 정상회의 불참은 흘라잉에 대한 연대라는 명백한 신호를 보내는 것이자, 이미 상당히 옅은 상태였던 아세안 단결의 희망에도 커다란 타격"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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