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길어지다 보니…인도네시아, 100명에 화상으로 사형선고
인니 인권단체들 "비인간적 상황"…팬데믹 기간 사형선고 급증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1년 넘게 지속되면서 인도네시아에서 화상 재판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피고인이 누적 100명에 이르렀다.
23일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 인도네시아 지부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사법부가 사형선고를 내린 피고인 수가 2019년 80명에서 지난해 117명으로 46%나 증가했다.
우스만 하미드 앰네스티 인도네시아 지부 사무총장은 "아주 아이러니하다. 국가가 바이러스로부터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구해야 할 시기에 더 많은 사람에게 사형을 선고했다"고 말했다.
117명 가운데 101명이 마약 사범이고, 나머지 16명은 살인죄로 기소됐다.
인도네시아는 마약류 소지만으로도 최장 20년형에 처하며, 마약을 유통하다 적발되면 종종 사형을 선고한다.
앰네스티는 특히 작년 3월 코로나 사태 발생 후 이달까지 약 100명의 피고인이 판사를 대면하지 못하고, 화상 재판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하미드 사무총장은 "화상 재판으로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은 피고인들의 재판받을 권리를 약화한다. 사형선고는 누군가의 삶과 죽음에 관한 것이지 않으냐"며 "사형은 늘 잔인한 처벌이었다. 화상 재판은 부당함과 비인간성을 더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상으로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비인간적일 뿐만 아니라 실제 피고인들에게 불이익을 준다고 인권 운동가들은 말한다.
인도네시아의 인터넷 연결이 고르지 않기 때문에 화상 재판이 중간중간 끊기면서 피고인들이 대면 재판을 할 때보다 제대로 변호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 때문에 피고인들이 가족, 변호인들과 예전만큼 활발하게 면회를 못 한다는 문제도 있다.
앰네스티는 화상 재판의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사형선고 증가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달 6일 서부자바주 수카부미의 법원은 마약 밀매조직 13명에게 화상으로 전원 사형을 선고했다.
이들 13명 가운데 3명은 이란인, 1명은 파키스탄인, 나머지 9명은 인도네시아인이다.
또, 21일에는 자카르타법원이 2018년 교도소 소요사태를 일으킨 6명의 이슬람 무장단체 소속원들에게 화상으로 사형을 선고했다.
인도네시아의 사형수는 약 500명으로 추산된다. 작년 말 기준 사형수가 482명이었고, 올해도 사형선고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사형집행이 언제 재개될지는 알 수 없다. 인도네시아는 2015년과 2016년 외국인 등 마약사범 18명의 사형을 집행한 뒤 5년째 사형집행을 하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2019년 하반기 '사형 집행 재개' 방침을 내놓아 사형수들이 떨고 있으나 현재까지 집행이 이뤄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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