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정부 온실가스 감축목표, 이행여건 따져 최적화해야
(서울=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화상으로 진행된 기후정상회의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추가로 올려 연내에 유엔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새롭게 추진될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해서는 공적 금융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약속도 내놓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파리기후협약 복귀를 선언한 이후 미국이 주도한 기후정상회의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등 40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지난해 우리의 역대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문 대통령이 세계 주요국 정상들 앞에서 강화된 기후변화 대응 약속을 내놓은 것이다. 대세로 자리 잡은 글로벌 탄소 중립화 흐름에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다만, 기존의 탈원전 정책에 더해 강화된 온실가스 목표를 달성하려면 그만큼 뼈아픈 고통과 노력이 수반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현실적인 어려움도 불가피할 것이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이 지구촌 곳곳에서 가시화하면서 세계 각국의 정상들은 앞다퉈 한층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은 2005년 대비 50∼52%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 2025년까지 2005년 대비 26∼28% 감축하겠다던 기존 목표보다 훨씬 강화된 수치다. 2030년 감축 목표를 유럽연합(EU)은 1990년 대비 40%에서 55%로 올렸고, 일본은 2013년 대비 26%에서 46%로 대폭 상향했다. 중국은 강화된 목표를 추가로 내놓지 않았지만 2030년을 온실가스 배출 정점으로 삼아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목표를 재확인했다. 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탄소 배출을 이대로 놔둬서는 이상기후와 생태계 변화는 물론 지속가능한 글로벌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전 세계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화상으로 진행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2050 탄소 중립화'를 천명한 뒤 우리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24.4% 줄이겠다는 목표치를 유엔에 제출했다. 문 대통령은 수치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번에 기후변화에 더욱 강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이 목표치를 올리기로 한 것이다.
이제 관심은 우리 정부가 목표치를 얼마나 올리느냐에 쏠려 있다. 지난해 제출했던 목표치는 사실 산정방식만 바꿨을 뿐 2015년에 설정한 NDC와 차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파리기후협약은 당사국이 자국의 여건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감축 목표를 세우도록 해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우리는 협약 당사국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 부처는 상반기 시나리오 확정, 하반기 의견수렴을 거쳐 새로운 목표치를 결정해 유엔에 제출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산업계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업계가 감내할 수 있으면서도 글로벌 기후변화 환경 흐름에 뒤지지 않을 수준의 목표를 정해야 한다. 너무 과도하면 제조업 강국인 우리의 글로벌 산업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고, 있으나 마나 할 정도로 무르면 글로벌 변화를 주도해나갈 수 없다. 산업계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기후변화 글로벌 흐름의 영향권에 들어와 있다. 폭스바겐이나 볼보, GM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저마다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 시점을 내놓고 친환경 차로 비즈니스의 무게 중심을 옮겨가는 것은 기후변화 대응이 산업계에 미치는 대표적 사례다.
산업계도 대세인 기후변화 대응에 지나치게 소극적 자세로 임해서는 미래가 없다. 기후변화 흐름의 대응 전략과 속도가 경쟁력으로 바뀌는 시대다. 더 능동적인 자세로 변화하려는 모습이 없으면 도태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차라리 더 적극적인 자세로 변화를 꾀해 기후변화 흐름의 리더가 되는 쪽으로 나가는 쪽이 현명할지도 모른다. 정부가 전력수급이나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겠지만 비용을 따지며 더디 나가려는 이해관계자 목소리에만 지나치게 무게를 싣다 보면 글로벌 흐름과 엇박자를 낼 수 있다. 탈원전 기조 속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올려야 하는 정부의 어려움은 알겠지만, 산업계의 경쟁력을 고려면서도 변화의 자극제가 될 수 있는 최적의 목표치를 설정하기를 바란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