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행성' 대기 이산화탄소서 산소 첫 추출…SF가 현실로
화성 유인탐사에 활용될 현장자원 활용 기술 시연
'인저뉴어티' 동력 비행 성공 이어 또하나의 개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화성 대기의 96%를 차지하고 있는 이산화탄소(CO₂)에서 미래 유인 탐사 때 우주비행사의 호흡이나 로켓추진제로 활용할 수 있는 산소(O)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에 따르면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가 가져간 '화성 산소 현장자원 활용 실험'(MOXIE) 장치를 지난 20일 처음 가동해 약 5g의 산소를 생성했다. 토스터 크기의 이 장치는 우주탐사 기술 시연을 위한 것으로 시간당 최대 10g의 산소를 추출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는 공상과학(SF) 소설이나 영화에 나오던 것을 현실로 바꿔놓은 것으로, 지구 밖 행성에서 첫 동력비행에 성공한 화성 헬기 '인저뉴어티'(Ingenuity)에 이어 또하나의 개가로 평가되고 있다.
NASA 우주기술 담당 책임자인 짐 로이터는 "화성에서 CO₂를 산소로 바꾸는 중요한 첫 걸음"이라면서 "MOXIE는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첫) 기술시연 결과는 화성 유인탐사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 있어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산소는 우주비행사가 호흡할 때도 꼭 필요하지만 로켓 추진제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핵심 요소다.
화성 표면에서 네 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우고 이륙하려면 약 7t의 로켓 연료와 함께 이를 연소하는데 약 25t의 산소가 필요한데, 이를 지구에서 가져가는 것은 물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화성에 풍부한 현장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MOXIE를 퍼서비어런스에 장착해 보냈다.
탄소 1개와 산소 2개가 결합한 CO₂ 분자에서 산소 원자를 분리하려면 약 800도의 고열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MOXIE는 이런 고열을 견딜 수 있도록 니켈합금 등과 같은 내열 소재로 제작됐으며 외부는 적외선 열을 반사하고 내부의 열이 로버의 다른 장비에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얇게 금도금이 돼있다.
MOXIE는 첫 실험에서 두 시간 가량 가열 과정을 거친 약 1시간 동안 5.37g의 산소를 추출했다. 이는 우주비행사 1명이 약 10분간 호흡할 수 있는 양이다.
첫 산소추출 기술시연은 MOXIE가 지구에서의 발사와 7개월 가까운 우주 비행, 화성 대기권 진입·착륙 과정 등을 모두 견뎌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MOXIE는 앞으로 화성 시간으로 1년(687일)간 장소와 시간, 환경 조건 등을 바꿔가며 적어도 9차례 이상 추가 실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NASA 우주기술부 기술 시연 책임자인 트루디 코르테스는 "MOXIE가 단순히 다른 세계에서 산소를 생성한 첫 장비라는 의미만 갖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다른 세계에 있는 자원을 활용해 "자급자족하는" 미래 임무를 돕는 첫 기술이라는 의미를 담고있다는 것이다.
그는 "표면에 있는 레골리스(먼지·흙 등으로 된 퍼석퍼석한 물질)를 가공해 큰 구조물을 짓고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산소로 전환할 수 있다"면서 "이런 기술은 주변에 널려있는 물질을 로켓 추진제나 호흡할 수 있는 산소 또는 수소와 결합시켜 물로 만드는 등 유용한 것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