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 약발 먹힐까…작년 지정구역 아파트는 잇단 신고가

입력 2021-04-22 10:17
토지거래허가 약발 먹힐까…작년 지정구역 아파트는 잇단 신고가

6·17대책서 지정한 잠실·삼성·대치·청담동 최고가 경신 속출

소형·인근에 풍선효과도…압구정 등 거래 위축은 상대적으로 클 듯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서울시가 강남구 압구정동, 양천구 목동, 영등포구 여의도동, 성동구 성수동 일대의 재건축·재개발 단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하면서 시장 안정 효과가 나타날지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지난해 6·17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은 지정 이후 거래 급감 속에서도 신고가 경신이 이어졌다.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면적 124.22㎡는 이달 3일 30억5천만원(9층)에 팔려 처음으로 30억원을 넘어섰다.

이 면적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기 전만 하더라도 24억∼25억원 수준이었으나 약 10개월 만에 5억5천만원 이상 가격이 뛴 셈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1단지 전용 84.236㎡는 지난달 20일 25억9천만원(13층)에 매매 계약서를 쓰면서 역대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79㎡도 지난달 22억4천만원(8층)에 매매돼 신고가를 다시 썼다. 이 면적은 지난해 6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최고 매매 가격이 19억5천만원 수준이었다.

청담동 더펜트하우스청담(PH129) 전용 273.96㎡는 지난달 4일 115억원(14층)에 팔렸다. 2006년 실거래가 신고제 도입 이후 아파트 기준으로 역대 최고 매매가다.

같은 주택형 분양권이 지난해 10월 95억원에 계약된 것과 비교하면 20억원 오른 셈이다.

지난해 준공한 이 단지는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전국에서 공시가격이 가장 높은 아파트에 오르기도 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 대지 지분이 일정 면적을 초과하는 부동산(주거용 18㎡, 상업용 20㎡)을 매입할 시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택은 구매 후 허가 목적대로 2년 동안 거주 의무를 지켜야 해서 전·월세 임대가 불가능하다. 단순 투자 목적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불가능한 것이다.

거래가 줄고 실수요 중심으로 시장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데도 신고가 경신을 이어가는 것은 '똘똘한 한 채'를 구매하려는 수요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 아파트 시장은 이미 실거주로 성격이 바뀌었다"면서 "도심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거래량이 줄어도 가격 안정 측면에서는 약발이 잘 먹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수석전문위원은 "잠실동·삼성동·대치동·청담동이 상대적으로 새 아파트가 많은 편인 데 비해, 압구정동·목동·여의도동·성수동은 재건축·재개발을 준비 중인 낡은 아파트가 주류를 이룬다"며 "실수요보다 투자 수요 중심으로 움직이는 곳이라 지난해 지정한 토지거래허가구역보다는 거래 위축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건물보다 땅을 사고파는 성격이 강한 상품일수록, 신축보다 구축이 많은 곳일수록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시장 안정 효과가 더욱 클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대지 지분이 작아 거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는 소형 면적이나 지정 구역과 인접한 곳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잠실동 리센츠 전용 27.68㎡는 지난 2월 1일 12억2천만원(31층)에 팔려 처음으로 12억원을 넘어섰다.

이 주택형은 대지면적이 18㎡를 넘지 않아 토지거래 허가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여전히 거래가 활발하고 가격 상승세도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잠실동과 인접한 신천동 파크리오 아파트는 매수세가 몰려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이 단지 전용 84.9㎡는 작년 6월 인근 잠실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16억∼17억원대에서 매매되다가 지정 직후 19억원, 7월 20억원을 잇달아 돌파했다.

이후 가격 등락을 거듭하면서도 꾸준히 오름폭을 확대하며 지난달 13일 22억2천만원(22층)에 이르렀다.

서울시는 시장 불안이 야기되거나 투기 세력 유입이 의심되는 경우 즉각적인 추가 지정을 검토하겠다면서 허가구역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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