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자카르타 시민들, 아시안게임 경기장 집합…"백신 맞으러"
60세 이상 고령자 등 우선 접종 진행…中시노백 코로나백신 사용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1차 접종자는 이쪽 문으로, 2차 접종자는 저쪽 문으로 들어가세요"
21일 오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중심부 겔로라 붕 카르노(GBK)의 실내경기장 이스토라 스나얀(Istora Senayan)에는 끝도 없이 많은 사람이 줄지어 들어가고 있었다.
겔로라 붕 카르노는 1962년 아시안 게임과 2018년 아시안 게임, 4차례의 동남아시안게임 등이 열렸던 곳이다.
1차 접종자와 2차 접종자는 들어가는 입구부터 구분돼 있다.
줄지어 들어가면서 발열 체크와 예약증·신분증 검사, 등록 서류 배포가 신속하게 이뤄졌다.
인도네시아 보건 당국은 1월 13일부터 2억7천만명 인구의 70%인 1억8천여만명을 대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무료접종을 시작했다.
보건의료인 최우선 접종에 이어 고령자와 공무원·공공 부문 종사자, 종교지도자, 시장 상인 등 접종이 진행되고 있다.
이곳 이스토라 스나얀 실내경기장에는 3월 중순부터 60세 이상 수도권 주민과 공기업부(BUMN) 산하 공공 부문 종사자들을 위한 대형 접종센터가 가동됐다.
60세 이상 수도권 주민은 먼저 예약 사이트에 접속해 날짜와 시간을 고른 뒤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예약증을 출력하면 된다.
온라인 접수를 못 한 경우 이스토라 스나얀 경기장 맞은편 주차 건물에서 현장 접수가 가능하지만 더운 날씨 속에 오래 기다려야 한다.
연합뉴스 특파원이 60세 이상 접종 대상자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니 가로 10개, 세로 20개씩 총 200개의 의자가 놓인 가건물이 나왔다.
선착순으로 이 의자에 앉아 기다리면 마이크를 든 사람이 "가장 앞줄은 창구로 가세요", "그다음 줄 창구로 가세요", "세 열 앞으로 이동" 등 순서대로 지시를 내렸다.
일사불란하게 대기자들이 반복해서 앞 좌석으로 옮겼고, 서류 체크 창구에 도착할 때까지 10여 분이 걸렸다.
이 창구에서 다시 한번 개인정보를 확인하고 서류에 사인을 받으면 이제 실내 경기장 건물로 들어간다.
좌석 중간마다 배치된 안내원 가운데 한 명은 "하루 접종자가 5천∼7천 명이지만, 이제는 요령이 생겨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경기장 건물 안에서 다시 한번 1차 접종인지, 2차 접종인지에 따라 이동 경로가 달라졌다.
이스토라 스나얀 실내 경기장 안에는 수십 개의 부스마다 두 명의 의료종사자가 앉아 있고, 그 앞에 4개씩 좌석이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 접종 대상자는 체온과 혈압을 측정한 뒤 의료종사자들로부터 '코로나에 감염된 적이 있느냐', '현재 불편한 곳은 없느냐', '복용하는 약이 있느냐' 등의 질문을 받는다.
최종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이상이 없다는 판단을 받으면 커튼이 쳐진 곳으로 들어가 백신을 맞는다.
실제 주사를 맞는 데는 1분도 안 걸리지만, 온라인 예약자의 경우 주사를 맞기까지 통상 30∼40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뒤에는 100여 명이 들어가는 '관찰실'에 앉아 혹시라도 이상 증상이 없는지 20분 동안 기다려야 한다.
선풍기가 곳곳에서 돌아가는 관찰실 안. 접종을 마친 인도네시아인들은 앞에 걸린 대형 시계를 보거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5분 전 접종을 마쳤다는 이스트리씨는 "다행히 열이 나거나 팔이 뻐근해지는 등 불편함은 전혀 못 느끼겠다"며 "20분 시간을 채우면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관찰 시간이 끝난 접종자들은 나가는 길에 세워진 조코 위도도 대통령 입간판 등 '포토존'에서 사진을 찍으며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포토존에는 "나는 백신 접종을 마쳤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인도네시아의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자는 전날까지 누적 1천110만명이고, 2차 접종 완료자는 613만명이다. 접종자 거의 대부분은 중국 시노백 백신을 맞았다.
인도네시아는 외국인의 경우 외교관과 가족, 장기체류비자(KITAP) 소지자만 백신 접종 대상자라고 공식 발표했다.
한인상공회의소(코참)와 한인회는 "단기체류비자(KITAS) 소지자도 접종 대상에 공식 포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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