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재 고통' 화웨이, 자율주행차 진출로 활로 모색
화웨이·베이징차 합작 'HI' 첫 차량 연말 고객 인도 계획
중국 자율주행 업계 상용화 속도…바이두 "5년 내 100만대"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지난 19일 상하이 모터쇼 현장에 '화웨이 인사이드'(HUAWEI INSIDE)라는 로고가 적힌 자율주행 승용차가 처음 등장하면서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베이징차의 전기차 전문 자회사인 베이징차신에너지와 화웨이가 협력해 만든 첫 자율주행차 '아크폭스(Arcfox) αS HI'다.
이 차의 등장은 미국의 제재로 위기에 놓인 화웨이가 미래 핵심 산업 중 하나인 자율주행차 산업 진출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통신장비와 스마트폰을 주력 사업 분야로 하던 화웨이는 수년 전부터 자율주행차 기술 연구에도 뛰어들었지만 일반 고객에게 판매될 상품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크폭스 αS HI는 베이징차신에너지가 개발한 전기차 아크폭스αS에 화웨이가 개발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결합한 모델이다. 모델명 맨 뒤에 붙은 'HI'는 화웨이의 기술이 들어갔다는 뜻의 '화웨이 인사이드'의 약자다.
그간 화웨이는 베이징차를 비롯한 여러 중국 회사와 자율주행차 공동 개발을 해 왔는데 상품화된 모델이 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화웨이가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자동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음을 의미한다.
제조사 측에 따르면 화웨이가 개발한 치린 칩, 12개의 카메라, 수십 개에 달하는 레이저·초음파·밀리미터파 레이더를 장착한 이 차는 L3급 이상의 자율주행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10분 충전 만으로 197㎞를 주행할 수 있다.
모터쇼 현장에서 전시된 실물을 보니 차 곳곳에 눈에 거슬리지 않도록 수십 개의 각종 센서가 매립해 설치된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 차량에는 화웨이가 개발한 범용 운영 체계인 훙멍(鴻蒙·영어명 Harmony)가 탑재됐다. 미국의 제재로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쫓겨난 화웨이는 독자 개발한 훙멍을 스마트폰 등 자사의 전 제품군의 대안 운영 체계로 쓰고 있다.
아크폭스αS HI가격은 38만8천900∼42만9천900위안(약 6천600만∼7천300만원)으로 연말 고객에게 처음 인도될 예정이다.
화웨이는 완성차 시장에 직접 뛰어드는 대신 첨단 기술이 부족한 전통 완성차 업체에 핵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파트너가 되는 사업 전략을 펴고 있다.
인텔이 '인텔 인사이드'를 내걸고 각종 PC에 두뇌 격인 중앙저리장치(CPU)를 공급한 것처럼 미래 자율주행차 시장의 핵심 영역을 장악한 업체로 성장하겠다는 구상이다.
쉬즈쥔(徐直軍) 화웨이 순환회장은 지난 12일 "화웨이는 자동차를 생산하지는 않고 자동차 기업이 좋은 차를 만들도록 도울 것"이라며 "중국에서 매년 3천만대의 차량이 팔려 우리가 대당 1만위안(약 171만원)만 받아도 큰 비즈니스"라고 말했다.
화웨이가 자율주행차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것은 미국의 고강동 제재 속에서 새로운 먹을거리를 발굴하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미국 정부의 제재 수위가 높아지면서 화웨이는 작년부터 반도체 부품을 구하지 못해 스마트폰에서부터 랩톱, 태블릿 PC, 이동통신 기지국, 서버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인 아너를 매각하면서 한때 삼성전자와 1위를 놓고 다투던 스마트폰 사업 분야에서 위상은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다른 중국 주요 업체들도 자율주행 기술의 상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에서 자율주행차 연구개발 분야를 주도해온 업체로 평가받는 바이두(百度)는 상하이 모터쇼를 통해 향후 3∼5년 안에 100만대의 차량에 자사 자율주행 시스템인 아폴로(Apollo)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바이두는 2017년부터 자율주행 차량 기술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지리, 포드, 광저우차에 아폴로 시스템을 공급 중이다.
바이두는 타사에 자율주행 시스템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최근 지리차와 '바이두 자동차'를 설립해 전기 완성차 시장에도 직접 뛰어들기로 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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