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때 경막외 마취, 자녀 자폐증 위험과 무관"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경막외 마취(epidural anesthesia)에 의한 무통분만은 태어난 아이의 자폐증 위험과 무관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경막 외 마취란 요추의 척수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경막외 공간에 플라스틱 도관을 넣어 진통제를 지속적으로 주입, 산모의 의식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복부 이하 다리 부위까지 감각을 둔하게 만들어 진통 효과를 내는 기술이다. 이른바 무통 분만법이라고 불린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의대 마취학-수술전후의학 전문의 알렉산더 버트위크 박사 연구팀이 2005~2016년 출생한 아이 12만3천175명을 대상으로 2019년까지 진행한 추적조사 결과 경막외 마취로 태어난 아이가 나중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자폐증) 위험이 높아진다는 증거는 발견할 수 없었다고 UPI 통신이 19일 보도했다.
이 아이들은 모두 질 분만으로 태어났다. 이 중 38%는 분만 진통 때 경막외 마취를 사용한 여성에게서 태어났다.
경막외 마취 분만 아이는 2.1%, 경막외 마취 없이 태어난 아이는 1.7%가 나중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을 받아 자폐증 발생률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어머니의 임신 전 병력, 임신 중 건강 상태, 흡연, 음주, 특정 약물(신경안정제, 항우울제, 항경련제) 복용 등 자녀의 자폐증 위험을 높일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을 고려했다.
연구팀은 또 같은 여성이 경막외 마취로 낳은 아이와 경막외 마취를 사용하지 않고 낳은 아이도 함께 조사했다.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유전적, 가족력 요인을 살펴본 것이다.
이 모든 교란변수(confounding factors)들을 고려했지만, 경막외 마취로 태어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자폐증 위험은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출생 시 경막외 마취에 노출된 아이가 노출되지 않은 아이에 비해 자폐스펙트럼장애 발생률이 37%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작년 10월 발표된 일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미국 마취과학회(ASA: American Society of Anesthesiologists), 소아마취과학회(SPA: Society for Pediatric Anesthesia), 산부인과학회(ACOG American College of Obstetricians and Gynecologists), 모태의학학회(SMFM: Society for Maternal-Fetal Medicine), 산과마취-출산학회 (SOAP: Society for Obstetric Anesthesia and Perinatology) 등 5개 관련 학회는 이 연구 결과에 대해 일제히 경막외 마취가 출산아의 자폐증 위험 요인이라는 신빙성 있는 과학적 증거가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미국에서는 임신 여성의 75%가 분만 시 경막외 마취를 사용한다.
경막외 마취는 예정에 없었거나 긴급한 제왕절개 분만 때도 사용된다. 전신마취보다 모태에 주는 위험이 적기 때문이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의학협회 저널 소아과학'(JAMA Pediatrics) 온라인판(4월 19일 자)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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