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공장' 인도 수출금지에 전세계 백신공급 먹구름
인도도 감염자 폭증에 "우리 먼저 접종"…빈국 백신 공급 타격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세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9코로나19) 백신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인도가 자국민을 우선해 접종하겠다면서 백신 수출에 제동을 걸면서 세계적인 백신 공급에 먹구름이 짙어졌다.
미국 CNN 방송은 18일(현지시간) 인도에서 최근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급증함에 따라 자국에서 생산한 외국으로 백신을 수출하기는커녕 자체로도 심각한 백신 부족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인도 동부 오디샤주는 지난해 백신 부족을 이유로 거의 700개 백신센터가 문을 닫아야 했다.
오디샤주 보건당국은 중앙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백신 재고량이 곧 없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서부 펀자브주의 보건관리 라제시 바스카도 지난주 CNN에 펀자브주에서 사용할 백신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펀자브주 인구는 2천700만여명인데 인도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코비실드) 45만 회분과 현지 업체 바라트 바이오테크가 자체 개발한 백신(코백신) 3만 회분만 보유했다는 것이다.
바스카는 "우리는 하루에 최소 10만명을 접종하기를 원하지만 현재 (백신) 공급량은 수요를 맞추기에 부족하다"고 말했다.
인도의 '경제수도' 뭄바이가 주도인 서부 마하라슈트라주도 마찬가지다.
마하라슈트라주 보건장관 라제시 토페에 따르면 이 주의 일부 지역에서는 백신 접종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토페 장관은 지난 7일 "사람들이 (백신) 센터로 오고 있지만 우리 의료진은 백신을 받지 못했다며 그들에게 집으로 가라고 말해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인도는 최근 코로나19 2차 대유행에 직면하면서 백신 접종에 고민이 큰 상황이다.
인도 보건부는 18일 하루 동안 신규 확진자가 26만1천500명으로 사상 최다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최근 1주일도 안 돼 확진자가 100만 명 추가되면서 누적 확진자가 이달 15일 1천400만명을 넘었다.
인도에서는 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지난달 시작됐고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작년 9월 1차 대유행 때 9만7천명을 찍었던 상황보다 훨씬 심각하다.
그러나 백신 접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인구 13억명인 인도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은 지금까지 1%를 약간 웃도는 1천430만명에 그쳤다.
이에 따라 인도 정부는 지난달 중순부터 국내 백신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수출을 중단했다.
문제는 인도의 백신 중단이 전 세계에 백신 수급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CNN은 인도가 백신 수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면서 전 세계 빈곤국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고 지적했다.
인도는 전 세계 백신 수출량의 60%를 생산하고 있으며 세계 최대 백신 외주 제조회사 세룸 인스티튜트(SII)가 인도에 있다.
특히 백신 공동 구매·배분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는 SII에서 물량을 공급받고 있다.
SII는 코백스와 계약에 따라 아프리카 빈국을 중심으로 92개국을 위해 백신 2억 회분을 생산하기로 했다.
인도의 백신 수출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세계적으로 백신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
존 응켄가송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 소장은 지난 1일 인도의 백신 수출 중단과 관련해 "아프리카에서 파멸적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아프리카연합(AU)이 올해 말까지 아프리카 인구 30∼35%의 백신 접종을 마친다는 계획을 세워놨지만 인도의 수출 중단으로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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