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절반 맞히자…미국, 벌써 코로나 백신 수요 둔화 조짐
일부 시골 지역서 수요 줄어 대형 접종소 속속 폐쇄
접종소 접근 어려운 층·백신 거부자들에 대한 접종이 과제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미국 성인 가운데 절반 이상이 1회 이상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벌써 백신의 수요 감소가 나타나고 있다고 CNN 방송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하이오주 머서카운티가 지난 1월 첫 드라이브 스루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클리닉을 문 열었을 때만 해도 빈자리가 날 틈이 없었다. 하루 접종 인원은 500명을 넘겼다.
하지만 약 석 달이 지나 다량의 백신을 확보하고 있고, 16세 이상의 주민 전원으로 접종 자격도 확대됐지만 보건 관리들은 접종을 피하는 사람들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고 이 카운티 보건부서의 크리스티 프라이먼 비상조정대응관은 말했다.
이달 초에는 이 클리닉에서 하루에 1회차 백신을 맞은 사람이 264명에 그쳐 개설 초기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보건당국은 결국 대규모 접종소를 폐쇄하고 대신 물적 자원이나 자원봉사자가 덜 필요한 소규모 클리닉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오하이오주뿐 아니다. 루이지애나주 일부 지역의 약국들은 백신 수요가 뚝 떨어졌다고 말하고 있고, 조지아주 보건 관리들은 최근 수요 감소를 이유로 대규모 접종소를 문 닫았다.
테네시주는 시골 지역에서 백신 접종자 수가 줄자 지난달 말 접종 자격을 확대했고, 텍사스주 일부 지역에서도 백신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전미 카운티·시보건당국자협회(NACCHO) 로리 트레멀 프리먼 최고경영자(CEO)는 "냉담한 청중에 가까이 가는 단계에 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먼 CEO는 "(이들은) 백신에 대해 확신이 없거나 결정을 못 내린 사람들, 아니면 충분한 정보가 없거나 그저 다른 이유로 완전히 백신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 같은 보건 전문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전파를 억제하려면 인구의 70∼85%가 감염 뒤 치유되거나 백신으로 면역을 확보하는 집단면역이 형성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그런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에서 백신 접종이 막 모든 성인으로 확대된 가운데 이미 수요 감소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뉴욕대의 전염병 전문가인 셀린 가운더 박사는 백신 수요 감소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가운더 박사는 최근 미국 하원에 출석해 향후 몇 달간 백신 접종의 주요한 도전과제는 수요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유색 인종 거주지역에는 여전히 백신 접종소가 별로 없고, 이들이 백신을 맞으려면 교통편이나 인터넷 접근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여기에 보태 젊은이들을 포함해 백신 접종에 주저하는 집단이 있고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면 마음이 바뀔 수 있는 부동층도 있다고 가운더 박사는 말했다.
가운더 박사는 "그러고 나면 훨씬 더 (백신에) 저항하는, 견해가 확고한 집단이 있다. 그들은 미국인의 약 20%"라며 이들은 의료 체계나 정부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시골의 보수적인 미국인들이라고 지적했다.
텍사스주 북서부의 도시 루벅의 공중보건국장 캐서린 웰스는 "우리가 쉬운 부분을 해치웠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할 일은 고지를 향해 올라가는 전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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