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국가안보 교육의 날'에 어린이 장난감 총 놀이 논란

입력 2021-04-18 18:23
홍콩 '국가안보 교육의 날'에 어린이 장난감 총 놀이 논란

빈과일보, 2019년 경찰의 지하철 시위대 진압 사진과 함께 실어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 '국가안보 교육의 날'에 아이들에게 장난감 총을 쥐여주고 지하철 모형 안에서 놀게 한 행사가 논란이 되고 있다.

18일 홍콩 공영방송 RTHK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 제1회 '국가안보 교육의 날'에 홍콩 경찰대에 견학 온 아이들은 지하철 모형 안에서 장난감 총을 들고 서로를 향해 겨누며 놀았다.

국가안보 교육의 날은 지난해 6월 30일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 이후 제정됐다.

당일 홍콩 각 공립학교에서는 중국 국기를 게양하고 중국 국가를 제창하는 행사에 이어 국가안보 수호를 강조하는 각종 활동이 펼쳐졌다.

경찰학교에서는 테러리스트 진압 훈련 등이 펼쳐졌으며 장난감 총 놀이도 관련 행사로 진행됐다.

그러나 해당 행사 사진이 공개되자 온라인에서는 2019년 경찰이 지하철에서 반정부 시위대를 진압한 사실이 언급되며 논란이 일었다.

특히 대표적 반중매체인 빈과일보가 16일 신문 1면에 해당 사진과 2019년 경찰이 시위대를 진압하는 사진을 나란히 실으면서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에 홍콩 경찰 총수인 크리스 탕 경무처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일부 매체가 가짜 뉴스를 퍼뜨려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으로 가짜 뉴스를 단속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친중 성향 신문인 대공보(大公報)는 평론에서 "반드시 법에 따라 빈과일보 발행을 중단시켜야 한다"며 "빈과일보를 제거하지 않으면 홍콩의 국가안보에 여전히 구멍에 존재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크리스 융 홍콩 기자협회장은 RTHK에 빈과일보가 가짜 뉴스를 퍼뜨리지 않았으며, 신문에 게재한 사진은 모두 실제 현장 사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찰이 문제로 삼는 부분은 언론이 사안을 해석하고 판단하는 부분"이라며 당국이 홍콩보안법을 언론을 겨냥해 무기화할까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경찰은 아이들의 놀이였을 뿐이라고 밝혔지만 일부 교사와 학부모들은 경찰대 견학 행사에서 아이들에게 장난감 총을 준 것이 적절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빈과일보는 반중국 성향의 홍콩 기업인 지미 라이(黎智英)가 1995년 홍콩에서 창간한 신문이다.

지난 16일 홍콩 법원은 2019년 8월 홍콩에서 열린 대규모 범죄인 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한 라이에게 징역 14개월 형을 선고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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