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1주일'…서울 재건축 아파트값 2∼3억원씩 '들썩'

입력 2021-04-18 12:24
수정 2021-04-18 12:52
'오세훈 시장 1주일'…서울 재건축 아파트값 2∼3억원씩 '들썩'

강남·목동·여의도·상계동 등 재건축 매물 들이고 속속 신고가

吳 시장도 우려 표명…재건축發 집값 상승 서울 전역 확산될까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홍국기 기자 = 급등을 멈추고 진정되던 서울 아파트값이 서울시장 선거 1주일 만에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다시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 규제 완화를 공약한 오세훈 시장이 취임하자 재건축 규제가 확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강남, 목동, 여의도 등의 재건축 아파트값이 최고 2억∼3억원씩 오르고 집주인이 매물을 들이는 등 과열 양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과열 움직임에 오세훈 시장도 우려를 표시하고 대책 마련을 지시한 가운데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세가 일반 단지로도 옮겨붙을지, 아니면 일시적 기대감에 그치고 점차 잦아들지 주목된다.

◇ 재건축 단지가 다시 끌어올린 서울 아파트값…10주 만에 '반등'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맷값은 4월 첫째 주 0.05%에서 둘째 주 0.07%로 상승 폭이 커졌다.

서울 아파트값은 2월 첫째 주(0.10%) 이후 꾸준히 상승 폭이 축소되며 4월 첫째 주 0.05%까지 낮아졌는데,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인 둘째 주 조사에서 10주 만에 다시 상승 폭을 키운 것이다.

가격 상승은 재건축 단지가 있는 지역이 이끌었다.

노원구가 지난주 0.09%에서 이번 주 0.17%로 상승률이 2배 가까이 뛴 것을 비롯해 송파구(0.10%→0.12%)와 강남·서초구(0.08%→0.10%) 등 강남3구와 양천구(0.07%→0.08%), 영등포구(0.04%→0.07%)가 상승을 견인했다.

이들 6곳은 모두 재건축 추진 기대감이 큰 단지가 있는 지역이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공시가격 인상에 따른 세 부담 강화와 2·4 주택 공급대책 영향 등으로 서울 전체적으로 관망세가 이어졌으나 강남권과 노원, 영등포 등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하며 전체 서울 아파트값이 상승했다"고 말했다.

◇ 거래절벽 속 압구정·잠실 등 강남 재건축 신고가 '속속'

최근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의 발원지로는 강남구 압구정동이 꼽힌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재건축 단지들은 이미 작년 말부터 조합설립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가격도 함께 올랐는데, 오 시장 당선을 전후해 '한강변 35층 층고 제한' 등 규제 완화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가격 상승 속도에 탄력이 붙었다.

전반적인 거래절벽 속에 최근까지도 거래가 됐다하면 신고가 경신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정보에 따르면 조합설립 인가를 앞둔 압구정3구역 현대4차 전용면적 117.9㎡는 이달 13일 41억7천500만원(4층)에 신고가로 거래되며 두 달 전 최고가인 40억3천만원(3층)보다 1억4천500만원 더 올랐다.

지난 5일에는 현대7차 전용 245.2㎡가 6개월 전 67억원(9청)보다 13억원 오른 80억원(11층)에 거래되면서 올해 전국에서 팔린 아파트 중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압구정 집값 상승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 거래는 오세훈 시장도 취임 후 주택건축본부로부터 현안을 보고 받는 자리에서 언급하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서울시는 법인이 매도하면서 근저당을 설정해 준 이 거래가 이상 거래가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압구정동 A공인 관계자는 "3구역은 다음 주 월·화요일이면 조합설립 인가가 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물건도 없는데 수요는 있어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 시장 임기 1년 3개월 안에 재건축 추진이 빨리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크다"고 덧붙였다.

송파구의 대표 재건축 아파트인 잠실동 주공5단지의 경우 이달 실거래 신고된 매매는 1건이지만, 최근 1∼2주 사이 4건 정도 거래가 이뤄졌으며 신고가 경신 거래도 나왔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잠실주공5단지 82㎡의 경우 지난달 5일 26억8천100만원(8층)에 최고가 거래 후에 한 달 넘게 거래가 없는데 현재 호가는 27억5천만∼28억원까지 올랐다.

이 아파트 76.5㎡ 역시 지난달 24억3천300만원(5층)에 최고가 거래 후 매매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호가가 이달 초 23억5천만원에서 현재 25억원 수준으로 시장 선거가 끝난 뒤 1주일 사이 1억5천만원 뛰었다.

잠실주공5단지뿐 아니라 송파구에 있는 진주, 미성, 둔촌주공 등 재건축 단지에서도 그동안 잠잠했던 거래가 최근 한두 건씩 살아나고, 집주인들이 매물을 들이는 등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 목동·여의도 재건축도 호가 2억∼3억원씩 뛰어…상계동 등 강북도 '신고가'

양천구 목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대표 재건축 단지 분위기도 강남권 못지않다.

목동신시가지7단지 66.6㎡는 이달 9일 17억6천만원(6층)에 매매가 이뤄져 종전 최고가인 2월의 17억4천만원(12층) 기록을 경신했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해당 주택형의 호가는 일괄적으로 20억원에 형성돼 있다고 한다.

목동 B 공인 대표는 "오세훈 시장 당선 후 전반적으로 집주인들이 호가를 확 올렸다. 그동안 나왔던 물건도 거의 다 나갔고, 이달 101.2㎡가 25억원에 팔려나가면서 66.6㎡도 20억원에 팔아달라고 내놓고 있다. 20억원 이하 매물을 찾는 손님은 있는데, 거래가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여의도동 재건축 단지도 압구정 단지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있다는 인식 속에 집값이 오름세다.

여의도동 시범아파트 79.24㎡는 최근 79.24㎡가 19억5천만원에 계약서를 써 지난달 최고가 18억2천만원보다 8천500만원 많은 신고가에 매매됐다고 현지 중개업소는 전했다.

인근 C공인 대표는 "현재 대형 평수는 매물이 3개 남았는데 저렴한 물건이 다 빠지면서 시세가 30억∼34억원 수준이다. 그래도 여전히 압구정과 비교하면 35억∼38억원까지 갈 여력이 있다는 게 이 지역 분위기"라고 했다.

시범아파트의 경우 올해로 준공 51년 차로,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에 속한다.

C공인 대표는 "여기는 이미 15년 전부터 70층까지 올려 재건축을 하려 추진했던 지역인데, 지난 10년 동안 묶여 있었던 거다. 조합설립인가도 났고, 이제 더는 재건축을 안 하기 어려운 상태라 오 시장 당선 이후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여의도동 삼부아파트 역시 지난달 전용 146.68㎡가 27억8천만원(9층)에 신고가로 매매된 이후 거래는 없지만, 호가가 32억원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이마저도 매물이 1∼2개뿐이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여의도의 재건축 아파트 대부분은 지금 단지마다 매물이 1개, 많으면 2개 정도다. 여의도는 작년과 올해 서울 다른 지역보다 덜 올랐고, 오 시장 당선 이후 재건축 기대감도 큰 상황"이라고 했다.

강북에서는 노원구 상계·중계·월계동 등의 재건축 단지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상계동 상계주공16단지는 이달 12일 예비안전진단에서 D등급(조건부 재건축)을 받아 재건축 추진에 힘이 실렸다.

이 단지 59.39㎡는 이달 9일 6억2천만원(15층)에 거래되며 직전 최고가(6억원)보다 2천만원 올랐다. 현재 시세는 6억2천만∼6억5천만원에 형성돼 있으나 시장 선거 이후 집주인들이 매물을 들이는 분위기다.

상계동 E공인 대표는 "16단지 59.39㎡가 6억원에 나온 물건이 있어 거래를 주선했는데, 집주인이 가격을 올릴지 고민하느라 결국 계약 성사가 안 됐다"고 했다.



상계동 F공인 대표는 "어제도 우리 부동산에 집 보러 4팀이나 왔는데, 인근 단지들도 물건이 없는 상황"이라며 "인터넷에 매물로 올라와 있어 전화해 보면 물건이 쏙 빠지고 없다"고 했다.

오세훈 시장은 16일 주택건축본부 보고 자리에서 "주요 재건축 단지 부동산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을 보여 걱정되고 우려된다"며 "주택공급 속도가 중요하고 앞으로 그 방향으로 가겠지만, 가격 안정화를 위한 예방책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주요 재건축 단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즉시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오 시장 당선 직후 규제 완화 기대감으로 재건축 아파트값이 단기간에 급등하는 양상이지만,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이미 집값이 많이 오른 상태인데다 서울시가 얼마나 재건축 규제를 풀 수 있을지도 유동적이기 때문에 급등세가 꺾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redfla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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