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러 제재 미국에 맞제재…"미국 외교관 10명 추방"(종합)
볼턴 등 전·현직 미 관료 8명엔 입국금지…"미, 갈등에서 등 돌려야"
미러 정상회담 제안엔 "긍정적으로 검토"…미, 재반격 가능성 시사
(모스크바·서울=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신유리 기자 = 러시아는 16일(현지시간) 자국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에 대응해 러시아 주재 미국 외교관 10명을 추방한다고 밝혔다.
타스, AP 통신 등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 장관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미국과의 긴장이 "유례없는" 수준이라며 이런 제재를 발표했다.
이는 미국이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및 연방기관 해킹을 문제 삼아 전날 10명의 러시아 외교관 추방을 발표한데 대한 맞대응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의 새로운 제재에 대한 대응으로 10명의 미국 외교관을 추방하고, 8명의 전·현직 미국 관리를 제재 목록에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제재 목록에 오른 미국 관리들은 러시아 입국이 금지된다.
그는 또 이날 존 설리번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를 만난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대통령 외교담당 보좌관이 설리번 대사에게 자국 정부와의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돌아갈 것을 권고했다고 전했다.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지난 3월 중순 러시아로 귀국해 계속 모스크바에 머물고 있다.
러시아 측은 미국 관리 입국 금지 조치가 지난달 2일 미국이 러시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 독살 시도와 관련된 러시아 고위 관리 7명을 제재한 데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입국 금지 명단에는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내정책위원장 등 바이든 사단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포함됐다.
러시아는 또 주러 미국 대사관 유지에 필요한 단기 출장자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1년에 10명까지 제한하고, 미 대사관이 행정·기술 요원으로 러시아인이나 제3국인을 고용하던 관행을 전면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미국이 계속 대결 노선을 포기하지 않으면 러시아 주재 미국대사관 허용 인원수를 현재 450명에서 300명까지 줄이는 등 미국에 고통스러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지금은 미국이 분별을 발휘해 대결 국면에서 등을 돌려야 할 때"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미국 측에 고통을 주는 결정들이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대미 제재와 관련한 별도 성명에서 "미국은 새로운 지정학적 현실에서 일방적 명령이 설 자리가 없으며 미국이 근시안적으로 고수하는 실패한 '러시아 억제' 시나리오는 러·미 관계의 추가적 악화만을 초래할 뿐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측은 그러면서도 바이든 대통령의 미·러 정상회담 제안에 대해선 "이는 긍정적으로 접수됐으며 현재 실질적으로 조성되는 정세의 맥락에서 검토되고 있다"고 밝혀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은 열어둔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러시아 제재를 발표한 직후 "우리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관계를 원한다"면서 미·러 정상회담을 제안했었다.
미국은 러시아의 맞제재에 즉각 유감을 표명하고 재반격을 예고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메일을 통해 러시아의 이날 발표에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히고 "미국을 겨냥한 어떠한 러시아의 보복에도 우리는 대응할 권리를 쥐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러시아의 제재 명단에 오르게 돼 "자랑스럽다"면서 "미국의 이익을 위하는 목소리로 인정받게 돼 뿌듯하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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