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쇄풀린 브라질 룰라 "필요하면 출마"…대권도전 의사 재확인
야권 통합후보 추대 가능성도 시사…보우소나루 향해 '파시스트' '대량학살자' 비난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좌파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 출마 의사를 거듭 확인했다.
16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C5N TV와 인터뷰를 통해 '필요하면' 내년 대선에 후보로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룰라 전 대통령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극우 행태와 코로나19 부실 대응을 들어 '파시스트' '대량학살자'라고 맹비난하면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 대선 출마를 결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좌파 노동자당(PT) 후보를 고집하지 않겠다고 말해 야권 통합후보를 내세우는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그는 "내 건강이 좋지만, 반드시 나일 필요는 없다"면서 "우리는 브라질의 진보 진영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을 후보로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달 중순 미국 CNN 방송 인터뷰를 통해서도 내년 대선 출마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대선 정국이 다가오면서 내가 속한 노동자당과 제휴 정당들이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을 이해하고, 건강과 체력이 잘 유지된다면 대선 후보가 되는 것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전날 대법관 11명이 참석한 전원회의에서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실형 선고 무효 결정을 찬성 8명·반대 3명의 다수 의견으로 재확인했다.
앞서 부패 수사의 대법원 주심 재판관인 에지손 파킨 대법관은 룰라에 대한 수사와 판결이 편파적으로 이뤄졌다며 선고된 실형을 무효로 한다고 지난달 8일 결정했다.
연방검찰이 재심 청구를 통해 무효 결정 취소를 주장하자, 파킨 대법관은 이 문제를 대법관 전원회의에 넘겼다.
대법원 확정판결에 따라 룰라 전 대통령은 정치적 권리를 회복하고 내년 대선 출마도 가능하게 됐다.
룰라가 여론조사에서 우세를 보이면서 내년 대선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룰라 간 맞대결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달 초에 나온 여론조사업체 XP/이페스피(Ipespe)의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 결과를 보면 룰라는 29%를 기록해 28%인 보우소나루를 1%포인트 차이로 제쳤다. 다른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를 기록했다.
XP/이페스피의 조사에서 룰라 전 대통령이 선두로 올라선 것은 처음이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두 사람이 결선투표에 진출하는 경우를 전제로 한 조사에서 예상 득표율은 룰라 42%·보우소나루 38%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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