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절차 밟는 쌍용차, 경영 정상화까지 '첩첩산중'

입력 2021-04-17 07:01
회생 절차 밟는 쌍용차, 경영 정상화까지 '첩첩산중'

상장폐지는 면했지만 협력업체 납품 거부에 공장 셧다운

인력 구조조정 불가피…노조 "노동자 일방적 희생 강요해선 안돼"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쌍용차[003620]가 법정관리 졸업 10년 만에 다시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부품 수급 차질에 따른 생산 중단까지 겹치며 경영 정상화에 험로가 예상된다.

쌍용차는 회생 계획 인가 전 인수·합병(M&A)을 통해 신규 투자자를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향후 구조조정 등도 불가피한 상황이어서 '총고용'을 강조하는 노조와의 갈등도 예고된 상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오는 19∼23일 평택 공장의 자동차 생산을 중단한다.

지난 15일 법원이 쌍용차에 대한 기업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한 가운데 협력업체 일부가 납품을 거부하며 자동차 생산 부품 조달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앞서 지난 2월에도 협력업체의 부품 납품 거부로 사흘만 공장을 가동했으며 이달 8∼16일에는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 등의 여파로 공장 문을 닫았다.

지난 5일 출시한 픽업트럭 '더 뉴 렉스턴 스포츠'와 '더 뉴 렉스턴 스포츠 칸'이 첫날 1천300여대가 계약되는 등 호평을 받으며 신차 판매에 따른 현금 확보를 기대했지만 부품 수급 차질로 공장 가동 중단이 길어지면서 신차 효과를 노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쌍용차는 협력업체와 납품 협상을 추진한다고 밝혔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회생절차 개시 등의 상황을 고려하면 생산 중단이 더 길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쌍용차의 회생 절차는 채권자 목록 제출과 채권 조사, 조사위원 조사보고서 제출, 관계인 설명회, 회생 계획안 제출, 관계인 집회(회생계획안 심의·결의), 회생계획 인가 결정, 회생계획 종결 결정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관리인은 오는 29일까지 회생채권·회생담보권자와 주주 목록을 제출하고, 채권자는 회생채권·회생담보권 등을 다음달 13일까지 법원에 신고해야 한다.

조사위원은 쌍용차의 채무를 비롯한 재무 상태 등을 평가해 6월10일까지 회사의 회생 가능성에 대한 견해를 보고서로 내게 된다. 조사위원이 회생 절차를 지속하자는 의견을 내면 관리인은 7월1일까지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한다.

그나마 최근 자산재평가를 통해 완전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며 상장폐지를 면한 것은 긍정적이다. 작년 말 기준 -881억원이던 자본 총계가 1천907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재무구조가 개선됐고, 이를 토대로 한 쌍용차의 이의신청을 거래소가 받아들여 1년간 개선기간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일단 회생 계획 인가 전 M&A를 추진하고 신규 투자자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거래소의 개선기간 내에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공개 매각을 진행하면 유력 투자자였던 HAAH오토모티브를 비롯해 국내 전기버스 제조업체 에디슨모터스와 케이팝모터스 등 6∼7곳이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우선협상대상자가 누가 되든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투입의 대가로 채권단의 채무조정, 기존 주주 감자, 인력 구조조정을 포함한 회사의 자구 계획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향후 회생 계획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진통도 예상된다.

쌍용차노조는 16일 보도자료에서 "노조의 총고용 정책은 변함이 없으며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기업의 구성원인 노동자의 공헌도를 인정하고,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부합한 쌍용차 회생 계획이 수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쌍용차의 법정관리가 직원 4천800명과 판매·정비, 1·2차 부품 협력업체 직원 등 총 20만 명의 노동자 생계가 달린 만큼 고용 대란을 막는 실효성 있는 정부의 대응도 주문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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