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먼 맛집' 대신 '동네 맛집' 찾는다
주거상권 외식업 카드결제 증가…거주지 숨은 맛집 찾아 배달앱 주문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35)씨는 봄나들이 겸 석촌호수 주변 맛집 거리 '송리단길'을 가려다 인파를 우려해 마음을 접었다.
대신 박씨는 집 근처 주민들이 즐겨 찾는 동네 삼겹살집으로 행선지를 틀었다. 그는 "코로나19가 유행하는데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을 가느니 가까운 곳에서 마음 놓고 식사를 즐기는 게 좋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동네 맛집'이 재조명받고 있다. 집에서 좀 멀리 있는 유명 맛집보다는 거주지 인근의 식당을 선호하는 것이다.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20 국내외 외식 트렌드 조사' 보고서에 담긴 신한카드 결제 현황을 보면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신한카드가 지난해 2분기 외식업종 카드 결제 건수를 ▲ 외국인 비중이 큰 '관광 상권' ▲ 20·30 세대가 많이 찾는 '역세권' ▲ 거주자가 주로 소비하는 '주거 상권' 등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관광 상권과 역세권에서의 외식업종 카드 결제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1%, 51.1% 급감했다.
그러나 주거 상권에서는 24.6% 증가해 대조를 이뤘다.
보고서는 "안전하고, 편리하며, 접근성이 좋은 '홈 어라운드'(Home around·집 근처)를 중심으로 소비가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동네 상권이 코로나19에서도 안정적인 수요를 갖게 된 것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원거리 이동이 제약받은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내가 사는 마을이라는 심리적 안도감이 한몫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추이는 배달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배달 앱은 통상 주문자의 현재 위치에서 반경 3㎞ 이내의 음식점을 보여 주기 때문에 배달 수요 증가는 그만큼 동네 식당을 많이 찾았다고 볼 수 있다.
배달 앱 1위 배달의민족의 지난해 거래액(앱을 통한 주문 금액의 총합)은 15조7천억원으로 전년보다 78.4% 늘었다.
특히 배달의민족의 작년 전체 주문 건수 가운데 48.6%가 해당 가게의 반경 1㎞ 이내에서 들어온 주문이었다.
배달 앱 2위 요기요 역시 지난해 전체 주문의 약 46%가 해당 가게의 반경 1㎞ 이내에서 이뤄졌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음식 주문 후 남기는 리뷰를 살펴보면 '우리 동네의 맛집 발견'이라는 리뷰가 많아지고 있다"며 "동네의 숨은 맛집을 탐색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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