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중단기 자산배분 결정 전문가 집단에 맡겨야"

입력 2021-04-15 15:28
수정 2021-04-15 15:39
"국민연금 중단기 자산배분 결정 전문가 집단에 맡겨야"

이준행 교수, 재무학회 심포지엄에서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 제안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현재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전략적 자산배분'(SAA)은 진정한 의미의 장기 자산배분 전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기금운용위원회와 같은 최고의사결정 기구는 10년 이상의 장기 시계에서 단순한 벤치마크만을 제시해야 하고, 중단기 의사결정은 전문가 집단에 맡겨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준행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15일 한국재무학회와 자본시장연구원이 '공적기금의 레퍼런스 포트폴리오 체계 도입 및 활용 방안'을 주제로 연 정책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와 "현재 연금이 행하는 5년 중기 이행 포트폴리오는 진정한 의미의 전략적 자산배분이라 할 수 없다"며 기준 포트폴리오 도입을 제안했다.

기준 포트폴리오란 연금재정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단순·저비용 구조의 패시브 포트폴리오(시장지수 수익률을 그대로 따라가는 자산배분) 또는 자산군의 조합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 교수는 "기준 포트폴리오는 구체적인 자산배분 비중의 가이드라인이 아니라 연금이 달성해야 할 벤치마크"라며 "또한 5년 중기 이행 자산배분안이 아닌 10년 이상의 장기를 기간으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준 포트폴리오는 주식, 채권 비중 50대 50 또는 60대 40 등처럼 단순해야 한다"며 "단순한 기준 포트폴리오는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는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하는 데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현재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하는 5년 중기 이행 포트폴리오는 전문가의 영역이고 연금 수익률의 98% 이상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이지만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평가의 대상이 되지도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금운용위원회와 같은 최고의사결정기구가 장기 자산배분이 아닌 5년 중기포트폴리오를 정하거나 당해 연도 자산배분을 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대신 기금운용위원회나 자산운용위원회에서 10년 이상의 기간을 대상으로 주식과 채권으로 구성된 기준 포트폴리오를 설정하는 역할을 맡고, 5년 미만의 중기 자산배분은 전문가 조직에 결정을 이양하는 방식으로 자산배분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한다고 이 교수는 제안했다.

이 교수는 "이렇게 할 때 연금운용본부는 기준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초과하는 자산배분을 통해 수익률 제고에 기여할 여지가 훨씬 커진다"고 강조했다.

함께 주제발표자로 나선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기준 포트폴리오 체계에서 자산군 및 벤치마크 설정, 최적 배분 비중 도출, 상시적인 자산재조정(리밸런싱) 등 전략적 자산배분을 위한 활동은 전문가 집단인 기금운용본부의 역할과 책임으로 위임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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