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통통]'음식 낭비라며' 먹방 막았더니 주(酒)방 등장

입력 2021-04-16 07:33
[차이나통통]'음식 낭비라며' 먹방 막았더니 주(酒)방 등장

중국 먹방 규제에 개 등장 이어 술 먹는 동영상 인기

의학계 "먹방보다 더 위험" 경고…코로나 스트레스 반영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잘 보세요. 제가 얼마나 술을 맛있게 잘 마시는지 보여드릴께요."

중국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음식 낭비를 막자는 지시에 '먹방'(먹는 방송)을 규제하자 술을 마시는 '주(酒)방'(술 마시는 방송)이 등장해 사회적인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음식 낭비 방지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여 중국 TV와 온라인 생방송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먹방 규제에 나섰다. 먹방이 과식과 음식 낭비를 유도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동영상 앱 틱톡의 중국 내 버전인 더우인(두<手+斗>音)과 라이벌인 콰이서우(快手)는 온라인 먹방의 동영상을 삭제하는 후속 조치를 했다.



이처럼 중국 정부에서 사람들의 먹방을 막았더니 불똥이 동물로 튀었다.

먹방에서 사람이 아닌 개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것이다.

먹방에 동원된 개는 강제로 엄청난 음식을 먹어야 하고 고춧가루 등으로 괴롭힘까지 당했다.

일부 애완견 주인들이 자신의 개를 위가 가장 크다는 의미의 '대위왕'(大胃王)이라 이름을 붙였다. 개에게 100여 가지의 간식과 더불어 1.5㎏짜리 소 심장을 먹이고 닭 다리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먹게 해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진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바다만큼 술을 마시는 대주가'라는 타이틀을 건 온라인 방송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방송에는 50도가 넘는 독한 바이주(白酒) 500㎜ 1병을 단숨에 들이마시는 사람들도 등장해 중국 누리꾼들은 "보기만 해도 간이 아플 것 같다"며 경악할 정도다.

보통 이런 술을 먹는 방송은 양고기꼬치나 생선구이 등을 간단히 놓고 방송 분량의 절반 이상을 술을 마시는 장면으로 채운다.

아예 '병나발'을 부는 장면부터 술을 여러 병 꺼내 넣고 먹거나 주량이 안돼 술을 먹다가 토하는 장면까지 각양각색이다.

가짜로 술을 먹는 방송이 아님을 입증하기 위해 술에 불을 붙여 '알코올'임을 입증하는 것은 이미 기본이 됐다.

대부분 큰 술잔으로 단숨에 들이키며 시선을 끌고 있다. '맛있는 음식'이라는 제목을 달았지만 실제로는 술 마시는 동영상이 적지 않으며 아예 '술'을 제목을 내세운 동영상들도 많다.

한 블로거가 올린 '바이주 9병 도전' 동영상은 단번에 4만5천명이 몰렸다. 여성끼리 60도가 넘는 바이주를 마시다 술에 취해 화장실에서 쓰러지자 동료가 부축하는 동영상은 조회 수가 170만회를 넘었다.

높은 도수의 술 마시기에 도전하거나 값비싼 술을 걸고 내기를 해서 술을 마실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동영상도 있다.



일부 블로거는 이런 술 먹는 동영상을 1주일에 4~5차례나 올리기도 한다.

동영상 구독자를 늘리려고 코로 술을 마시거나 대형 페트병에 술을 담아 단번에 마시는 방식으로까지 변질되는 상황이다.

100여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한 여성은 '취하지 않고 맘껏 마시기', '술은 마실수록 젊어진다'는 제목의 동영상을 게시하고 주류와 식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중국 내 일부 사이트에서는 이런 술 먹는 방송에 대해 '위험하니 함부로 따라 하지 말라'는 자막을 내보고는 있지만 강력한 단속은 하지 않는 실정이다.

문제는 이처럼 술 먹는 동영상에 부적절한 내용이 많은데다 청소년들이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급기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나서 "술 마시는 방송은 돈으로 목숨을 바꾸는 독극물 같은 콘텐츠"라면서 "이는 모방의 우려가 있으므로 온라인 방송 플랫폼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중국 의학 전문가들은 "기존 먹방보다 술을 먹는 방송의 폐해가 더 크다"면서 "술은 중독성이 강한데다 만성적이라 나중에 문제가 발견됐을 때는 그 피해는 이미 걷잡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중국 동영상 플랫폼들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자정 작업에 나서 관련 동영상 삭제에 나섰지만 이런 동영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베이징의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인들이 실내 위주로 생활하면서 온라인 생방송, 특히 먹방이 크게 유행했다"면서 "아울러 코로나19 스트레스로 술 판매도 급증하면서 먹방에 이어 술 먹는 방송 또한 급속히 파고 든거 같다"고 전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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