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복귀 우려하는 아프간 여성들…"학교 계속 다니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오는 9월 11일까지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아프간 여성들의 인권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프간 여성들은 미군이 철수하고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복귀하면 학업과 직장을 포기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를 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헤라트대에 다니는 학생 바시레 헤이다리는 "끔찍한 나날을 앞두고 있다"면서 "탈레반이 나를 집에서 못 나가게 할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헤이다리는 "나에게 소원이 딱 하나 있는데, 학업을 마치고 일하는 것"이라면서 "남녀공학이 문제라면 여학교라도 다닐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헤이라디의 친구 살마 에라리는 더 회의적이다.
에라리는 "탈레반은 변하지 않았고 세계를 기만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은 20년 전과 똑같은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면서 "나는 교육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건 탈레반의 본성"이라고 강조했다.
한 사회활동가는 "사무실로 찾아와 탈레반이 언제 복귀할지, 그들이 여성 교육을 유지할지 물어보는 학생과 학부모가 많아졌다"면서 여권 후퇴를 우려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발표된 유엔 자료에 따르면 탈레반 통치를 받는 지역에서는 지난해 여성과 어린이를 향한 폭력이 증가했다.
탈레반은 여성의 교육과 취업을 금지하고 공공장소에서 부르카(여성의 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를 착용하도록 강제해왔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를 다음 달 1일부터 시작해 9월 11일까지 완료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 9월 11일은 9·11 테러가 발생한 지 꼭 20년이 되는 날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도 아프간 주둔군 철수에 합의했다.
현재 아프간에는 미군 2천500명, 나토 연합군 7천명이 주둔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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