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필리핀 연합훈련에 中 대만 향해 25대 군용기 띄워

입력 2021-04-13 10:03
美·필리핀 연합훈련에 中 대만 향해 25대 군용기 띄워

전문가 "美함정 공격 연습"…남중국해·대만해협서 미중대치 격화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중국 점점 더 공격적인 행동" 경고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이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하루에만 25대에 달하는 군용기를 띄워 역대 최대 규모의 공중 무력 시위를 벌였다.

13일 대만 국방부에 따르면 전날 J-16 전투기 14대, J-10 전투기 4대, H-6K 폭격기 4대, Y-8 대잠기 2대, KJ-500 조기경보기 등 총 25대의 중국군 군용기가 대만 서남부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가 이탈했다.

대만군은 공군 초계기 출동, 방공 미사일 추적, 무전 퇴거 요구 등으로 대응했다.

이번 무력 시위 규모는 대만 국방부가 작년 중국 군용기의 접근 상황을 매일 발표하기 시작한 이후 최대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미국이 대만과 지속해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중국은 대만 인근 해상과 공중에서 고강도 무력 시위를 벌이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달만도 중국군은 지난 3일 이후 전날까지 10일 연속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진입했다. 이 기간 동원된 각종 군용기만 74대에 달한다.

중국 항공모함인 랴오닝함도 지난 4일 대만 주변 해역에 나타났다.

대만 전문가들은 중국군이 전날 대규모 공중 전력을 동원해 남중국해와 대만 일대에서 첨예하게 대립 중인 미군 함정을 공격하는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제중(揭仲) 대만 중화전략협회 연구원은 중앙통신사에 "미국 항공모함 루스벨트호가 필리핀 루손섬 북부에 있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 군대가 가상으로 미국 함정을 공격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12일 필리핀과의 '발리카탄' 연합 군사훈련에 들어갔다.

이번 훈련은 중국 선박 200여척이 필리핀 배타적경제수역(EEZ) 내 휫선(Whitsun) 암초에 장기간 정박하면서 중국과 필리핀 사이의 갈등이 빚어진 가운데 이뤄진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8일 테오도로 록신 필리핀 외교장관과 통화에서 1951년 체결한 상호 방위조약이 휫선 암초 일대에도 적용된다고 확인하면서 필리핀에 강하게 힘을 실어주고 중국을 견제한 바 있다.

남중국해와 대만 인근 바다에서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대립은 날로 격해지는 추세다.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은 곧바로 이어져 있다.

신냉전 속에서 미국은 남중국해에 항공모함 전단을 거의 상주시키듯이 하는 등 중국을 적극적으로 견제 중이다. 또 중국이 자국의 앞바다로 간주하는 대만해협에 매달 해군 함정을 보내 유사시 대만을 지원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다.

중국도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일대에서 군사 훈련을 강화하면서 유사시 미군과 충돌을 피하지 않겠다는 강경 태도를 보인다.

미 해군은 지난 11일 구축함 머스틴함 지휘관들이 근거리에서 중국 항모 랴오닝함을 감시하는 사진을 인터넷에서 공개하기도 했는데 이 사진은 양국 해군이 서로 비우호적 관계에 놓여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날로 거세지는 중국의 대만 압박에 미국은 다시 경고음을 냈다.

블링컨 장관은 11일(현지시간) NBC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진정 우려하는 것은 대만을 향한 중국 정부의 점점 더 공격적인 행동"이라며 중국이 힘으로 현 상황을 바꾸려 한다면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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