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올림픽 앞두고 오염수 방류 결정…반발 속 강행 이유는

입력 2021-04-13 09:33
수정 2021-04-13 12:20
日, 올림픽 앞두고 오염수 방류 결정…반발 속 강행 이유는

관계 각료회의 열고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전격 결정

현지 주민 강한 반대·주변국 우려 표명…파문 이어질 듯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 개막 101일을 앞두고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해양 방류를 결정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를 포함한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어민 등 현지 주민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올림픽을 앞두고 국내외 반발이 예상되는 결정을 내린 것은 내년 가을께 오염수 저장탱크가 가득 찰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더는 결정을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 2년 뒤부터 30~40년 동안 바다에 방류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 저장탱크에 보관 중인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한다는 계획을 담은 '처리수 처분에 관한 기본 방침'을 13일 관계 각료 회의에서 결정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선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가 난 원자로 시설에 빗물과 지하수 등이 유입돼 현재 하루 평균 140t의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처리해 저장탱크에 보관하는데, 지난달 중순 기준으로 약 125만844t의 오염수가 보관돼 있다.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로 처리해도 트리튬이라는 방사성 물질은 기술적으로 걸러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은 트리튬 함유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오염 농도를 법정 기준치의 40분의 1 수준으로 낮춘 뒤 방류하면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는 규제 당국의 심사 및 승인, 관련 기설 공사 등 약 2년 동안의 준비 기간을 거쳐 30~40년 동안 방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현지 지자체와 수산업자 등이 참여해 해양 방류 전후 트리튬 농도 등을 감시하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협력하에 투명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국내외에 발신한다는 방침이다.

현지 어민들의 반발을 고려한 내용도 이날 결정된 기본 방침에 반영됐다.

오염수 해양 방류로 인한 이른바 '후효히가이'(風評被害, 풍평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고 실제 피해가 발생하면 도쿄전력이 보상한다는 내용이다.

후효히가이는 근거 없는 소문 때문에 생기는 피해를 뜻하는 일본어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는 이날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정한 관계 각료회의에서 "정부가 전면에 나서 안전성을 확보하고 후효히가이 불식을 위해 모든 정책을 쓰겠다"고 밝혔다.



◇ 현지 주민 강한 반대…주변국 우려 표명

그러나 현지 어민과 시민단체, 주변국 등 국내외 반발이 강한 상황이어서 일본 정부의 해양 방류 방침 결정 이후에도 파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스가 총리는 지난 7일 오염수 해양 방류가 강하게 반대하는 기시 히로시(岸宏) 일본 전국어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을 설득하기 위해 면담했지만, 기시 회장은 면담 후에도 절대 반대라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시민단체인 '원자력 규제를 감시하는 시민 모임'과 국제환경운동 단체 '에프오이재팬'(FoE Japan) 등은 전날 도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일본 정부에 해양방류 결정을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후쿠시마현의 젊은이들로 구성된 단체인 '평화와 평등을 지키는 민주주의 행동'(DAPPE)도 같은 날 JR후쿠시마역 앞에서 해양 방출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주변국도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해 "향후 우리 국민의 안전과 주변 환경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는 내용의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전날 발표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국제 공공 이익과 중국 인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중국은 이미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에 엄중한 우려를 표명했고 일본이 책임감 있는 태도로 후쿠시마 원전의 폐수 처리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길 요구했다"고 같은 날 밝혔다.



◇ 올림픽 임박한 결정 피하고 가을 총선거도 고려한 듯

이런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강행한 것은 더 늦출 경우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작업에 차질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 경제산업성 전문가 소위는 작년 2월에 이미 최종 보고서를 통해 오염수 처분 방안으로 해양방류와 대기방출 등 2가지를 거론하면서 해양방류가 기술적 측면에서 더 확실하게 실행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해양 방류를 결정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작년 10월과 12월에 해양 방류를 결정하려다가 어민 단체 등이 강력 반발하자 2차례나 결정을 미뤘다.

이런 와중에 137만t인 후쿠시마 저장탱크 용량의 90% 이상이 오염수로 차게 됐고, 2023년 10월이면 가득 차게 된다.

지금 해양 방류를 결정해도 2년 뒤인 2024년 상반기에나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늦추면 저장탱크를 대폭 증설해야 하는 상황이다.

저장탱크를 증설하면 2041~2051년 완료 목표인 사고 원전 폐로 작업에 지장을 초래해 곤란하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설명이다.

스가 총리는 이날 관계 각료회의에서 "(오염수) 처분은 폐로를 진행하는데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도쿄올림픽이 임박한 시점에 국내외의 비난을 피할 수 없는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100일 이상 남은 시점에 서둘러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또 도쿄올림픽·패럴림픽(7.23~9.5)이 모두 끝나고 오염수 처분 결정을 내리면 가을로 예상되는 중의원 해산 및 총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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