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네소타 경찰 "흑인 청년에 테이저건 쏘려다 실수로 권총쏴"
경찰 보디카메라 공개…여성 경관, 총 쏜 뒤 "젠장, 내가 그를 쐈어"
바이든 대통령 "평화·진정 촉구"…미네소타주지사는 야간 통행금지령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미국 미네소타주(州)에서 비무장 상태의 또 다른 20세 흑인 청년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한 경찰관이 실수로 테이저건(전기충격기) 대신 권총을 발사했다고 경찰이 12일(현지시간) 밝혔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N 방송은 미네소타주 브루클린센터경찰(BCPD)의 팀 개넌 서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앞서 11일 오후 2시께 브루클린센터 인근에서 차를 몰고 가던 흑인 단테 라이트(20)는 경찰의 단속에 걸려 차를 세웠다가 지시에 불응하고 다시 차에 타는 과정에서 경찰관이 쏜 총에 맞았다.
비무장 상태였던 라이트는 몇 블록을 더 운전해 달아나다가 다른 차를 들이받고 현장에서 숨졌다.
개넌 서장은 기자회견에서 당시 출동한 경찰관들이 몸에 착용한 보디 카메라에 잡힌 동영상을 편집하지 않은 채 공개했다.
영상을 보면 경찰관 2명이 라이트의 차에 접근해 라이트에게 수갑을 채우려 시도하는 가운데 또 다른 여성 경찰관이 뒤따라 차로 접근하며 라이트에게 '테이저', '테이저'라고 수차례 외치며 쏘겠다고 위협한다.
이 여성 경찰관은 곧이어 "이런 젠장, 내가 그를 쐈어"라고 말한다. WP는 이 경찰관이 테이저건 대신 권총을 발사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개넌 서장은 당시 정황을 "라이트씨의 비극적인 죽음으로 이어진 우발적인 발포"라고 묘사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주지사, 시장, 당국자들과는 통화를 했으나 라이트의 가족과는 통화하지 못했다며 그러나 기도가 그들 가족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벌어진 일은 정말로 비극적인 것"이라며 "하지만 우리는 수사가 보여주는 것을 기다리고 지켜봐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약탈을 정당화하는 것은 전적으로 아무것도 없다. 폭력에 대한 정당한 이유도 없다. 평화로운 항의는 이해할 만하다"면서 "나는 평화와 진정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사건이 벌어진 브루클린센터는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 일어난 미니애폴리스에서 북서쪽으로 약 12㎞ 떨어진 인구 3만여명의 소도시다.
흑인의 억울한 사망 사건이 잇따르자 전날 밤 또다시 격렬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중무장한 경찰과 충돌했고, 일부는 인근 상점을 약탈하기도 했다. 경찰은 섬광탄과 최루탄 등을 발포해 시위대를 해산했다.
민심의 동요가 계속되자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이날 밤부터 이튿날 오전까지 브루클린센터가 있는 헤너핀카운티 등 3개 카운티에 대해 통행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에 앞서 '트윈시티'로 불리는 인접한 주요 도시인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의 시장도 나란히 야간 통행금지 조치를 내렸다.
라이트의 사망 사건으로 미니애폴리스 일대에서는 경찰의 물리력 사용에 대한 비판 여론이 다시 들끓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미니애폴리스에 있는 헤너핀카운티 지방법원에서는 지난해 5월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짓눌러 숨지게 한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헤너핀카운티에는 주 방위군이 증강 배치되는 등 이미 치안이 강화된 상황이다.
라이트 사망 사건은 브루클린센터의 주택가에서 발생했다. 만기를 넘는 자동차등록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는 이유로 차를 세운 경찰은 신원 조회 결과 라이트 앞으로 발부된 체포영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체포하려 했으나 그가 차 안으로 달아나자 발포했다.
미네소타주 형사체포국(BCA)은 총을 쏜 경찰관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인권단체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은 브루클린경찰이나 주 형사체포국이 아닌 다른 외부 기관이 즉각적이고 투명하며 독립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숨진 라이트의 아버지 오브리 라이트(42)는 아들이 세차하겠다며 엄마에게 50달러를 받아 세차하러 가는 길에 총에 맞았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이 총을 쓸 필요가 있었느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나는 내 아들을 안다. 아들은 겁에 질렸었다. 우리가 걔를 아이처럼 대했기 때문에 그는 여전히 17살짜리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라이트는 사고 직전 가족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고, 경찰로부터 차를 세우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자동차 룸미러에 걸어둔 방향제가 시야를 가린다는 이유 때문인 듯하다고 말했다고 가족은 전했다.
2년 전 학습 장애로 고교를 중퇴한 라이트는 2살 된 아들을 부양하기 위해 소매점과 패스트푸드 식당 등에서 일했다고 오브리는 전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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