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인터넷망 경쟁 스페이스X 스타링크-원웹 위성 충돌할 뻔

입력 2021-04-12 10:24
위성 인터넷망 경쟁 스페이스X 스타링크-원웹 위성 충돌할 뻔

두 경쟁사 간 첫 충돌회피 기동…스타링크 인공지능 시스템 끄고 원웹 궤도 조정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 궤도에 위성을 쏘아 올려 광대역 인터넷망을 구축해온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Starlink)와 '원웹'(OneWeb) 위성이 이달 초 서로 충돌할 뻔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두 위성은 58m까지 접근해 충돌 위험이 1.3%에 달하는 것으로 통보됐으며, 원웹 위성이 회피 기동을 해 충돌 위험을 낮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IT·과학 전문 매체 '더 버지'(The Verge)는 미 우주군과 원웹 관계자 등의 말을 인용해 점점 더 수가 늘어나고 있는 인터넷 위성 간 첫 충돌 회피 조치 사실을 전했다.

원웹은 지난달 25일 러시아 소유스 로켓에 인터넷 위성 36대를 실어 발사하고 닷새만인 30일 미 우주군 제18 우주 관제대대로부터 스타링크 위성과의 충돌 가능성을 알리는 "적색경보"를 받았다고 한다.

스타링크 위성은 지구 550㎞ 상공의 궤도를 도는데, 이보다 높은 고도에 배치되는 원웹 위성이 스타링크 위성망 사이를 지나가게 됐다는 것이다.

충돌 가능성은 1.3%로 예측됐지만 만에 하나 서로 충돌하면 수백 개의 파편이 만들어지면서 주변의 다른 위성까지도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현재는 위성 운영자에게 충돌 가능성이 있는 위성의 궤도를 조정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이 미국 내에서나 국제적으로 마련돼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원웹 측은 스타링크 팀에 이메일을 보내 안전거리 확보 방안을 협의했으며, 이를 통해 원웹 위성의 궤도를 조정하는 동안 스타링크 위성의 인공지능 충돌 회피 시스템의 작동을 멈추는 조처를 했다. 위성 간 충돌위험을 자동으로 피하게 만든 이 시스템이 궤도를 조정할 때 어느 쪽으로 움직일 것인지 예측할 수 있어야 상대측 위성도 대처가 가능한데, 현재로선 이를 공개하지 않아 논란이 돼왔다.



스페이스X가 이 시스템을 끈 이유에 관해서는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충돌 위험이 있을 때 이 장치를 끄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지구 궤도 위성이 충돌위험을 피하려고 회피 기동을 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나 지구 궤도에 위성이 급증하면서 우려가 고조되고 있으며, 관련 규정을 명확히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스타링크 위성은 지난 2019년 9월에도 유럽우주국(ESA)의 지구관측 위성 '아이올로스(Aeolus)'와 충돌 경로에 있어 아이올로스가 급히 고도를 높이는 회피기동을 한 바 있다.

스페이스X는 현재 약 1천370개의 스타링크 위성을 띄워놓고 있으며, 이를 1만2천 개로 확충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원웹은 스타링크보다 더 높은 1천200㎞ 궤도에 648개 위성으로 인터넷망을 구축하는데, 현재 146개의 위성을 가동하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아마존도 약 3천개로 저궤도 위성 인텃망을 구성하는 '프로젝트 카이퍼'(Project Kuiper)를 계획하고 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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