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경제고통에도 미국 대기업 CEO 보수 '역대급 증가'
WSJ 분석…300여곳 중간값 연간 7% 올라 154억원
기업적자에도 승승장구…'코로나발 부익부빈익빈'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유아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악화로 실업과 임금삭감이 속출하는 와중에도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보수는 기록적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에 오른 미국 기업 CEO 322명의 2020년 보수를 분석한 결과, 중간값은 재작년 1천280만 달러(약 143억5천만원)에서 7% 오른 1천370만달러(약 153억5천만원)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들 CEO 중에서 보수가 늘어난 CEO는 206명으로 집계됐으며 그 상승률의 중간값은 15%로 계산됐다.
WSJ은 경영자 보수의 이 같은 증가가 신기록을 작성할 추세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에서 실적 목표를 변경하고 급여체계를 수정했으나 이는 CEO들의 보수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큰 타격을 입은 기업들 중에서도 CEO 보수를 대폭 늘린 곳들이 많았다.
미국 크루즈 선사 '노르위전 크루즈 라인' 홀딩스의 프랭크 델 리오 CEO는 계약 연장과 함께 이전보다 두 배 오른 급여 3천640만 달러(약 408억원)를 받았다.
노르위전 크루즈 라인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선박 운항이 중단되면서 40억 달러(약 4조5천억원)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이 기업의 대변인은 델 리오 CEO에게 지급한 보상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등이 포함됐다면서 "델 리오가 귀중한 전문지식으로 회사 운영을 이어갈 수 있게끔 보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WSJ은 지난해 여러 기업의 CEO가 코로나19 위기에 따라 급여 일부 또는 전액을 수령하지 않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대기업 CEO가 받는 보수 중 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은 채 10%도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페이콤 소프트웨어의 창립자인 채드 리치슨 CEO는 주식을 받아 2억1천100만 달러(약 2천254억원)에 달하는 보수를 기록했다.
래리 컬프 제너럴일렉트릭(GE) CEO도 주식을 포함해 7천320만 달러(약 820억원) 가치의 보수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지난해 주주들의 총수익률이 -36%에서 -15% 사이를 기록한 석유업체 엑손모빌, 광고회사 옴니콤, 반도체회사 인텔 등 기업들에서는 CEO 보수가 재작년보다 감소했다.
최근 들어 팬데믹 때문에 부익부빈익빈, 소득 불평등이 심해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과 각국 정부의 봉쇄조치로 인한 경제활동 마비, 경기부진으로 많은 이들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거부들의 재산은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경제전문잡지 포브스가 지난 6일 발표한 2021년 세계 억만장자 보고서에 따르면 순자산 규모가 10억 달러(약 1조1천억원) 이상인 부호들은 작년보다 660명이 증가한 2천755명으로 집계됐다.
이들 억만장자의 순자산 총합도 작년 8조 달러(약 8천964조원)에서 올해 13조1천억 달러(약 1경4천678조원)로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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