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사태' 뜻밖의 승자…'은행 생명보험' 판매 '껑충'
생보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 1년만에 43%↑…삼성생명 132%↑
"은행, 불신 커진 사모펀드 대신 판매"…손보사는 되레 후퇴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지난해 은행의 생명보험 판매 실적이 큰 폭으로 늘었다. 옵티머스와 라임 등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가 원인으로 꼽힌다.
12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생명보험 일반계정(변액보험, 퇴직연금 제외) 초회보험료 수입 가운데 은행을 통한 판매, 즉 방카슈랑스 채널의 실적은 6조1천947억원으로 1년만에 42.6% 급증했다.
은행 창구에서 팔린 보험상품의 특정 회사 비중을 25% 이내로 제한하는 규정, 이른바 '방카 25% 룰'의 예외를 적용받는 데 따라 농협 창구에서 무제한으로 판매할 수 있는 NH농협생명을 제외하면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 증가율은 51.6%로 더 높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 수입은 1년전보다 131.9% 급증한 2조5천192억원에 달했다.
미래에셋생명과 라이나생명의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 증가율도 각각 179.1%와 123.4%를 기록했다.
기존에 방카슈랑스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던 KDB생명과 KB생명도 본격적으로 은행을 통한 판매를 늘리며 방카슈랑스 초회보험료 수입이 각각 52배와 10배로 폭증했다.
[표] 2018∼2020년 생명보험 방카슈랑스 채널 초회보험료 수입(단위, 백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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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 2019년 │ 2020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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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사 총계 │ 3,968,924│ 4,343,592│ 6,194,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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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생명 제외 합계│ 2,907,866│ 3,724,530│ 5,646,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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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생명보험협회
방카슈랑스 경로(채널)를 통한 생명보험 가입자 증가는 지난해 생명보험사의 실적 개선에 큰 보탬이 됐다.
특히 방카슈랑스로 팔리는 저축성 보험은 보험료를 가입할 때 일시에 납입하는 형태가 많기 때문에 초회보험료 수입 중 방카슈랑스의 비중이 과반인 생보사가 적지 않다.
삼성생명의 지난해 초회보험료 수입 중 방카슈랑스는 82.0%에 달했다. 한화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이 비율이 각각 69/6%와 79.9%로 집계됐다.
작년에 생명보험 각사의 방카슈랑스 판매가 대폭 늘어난 것은 '옵티머스 사태'와 '라임 사태'로 은행이 사모펀드 판매를 기피하는 대신 보험 판매를 늘렸기 때문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는 "잇단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소비자와 금융당국의 불신과 우려가 커진 펀드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저축성 보험으로 은행이 눈을 돌린 결과 방카슈랑스 판매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 방카슈랑스, 손해보험사에는 '계륵'?
손해보험업계는 방카슈랑스로 생보업계만큼 재미를 보지 못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손해보험사의 방카슈랑스 보험료 수입, 즉 원수보험료(퇴직연금 특별계정 포함)는 5조7천254억원으로 1년 전보다 2.1% 느는 데 그쳤다.
방카 25% 룰 예외를 적용받는 NH농협손해보험을 제외한 손해보험사의 방카슈랑스 원수보험료는 2조9천168억원에서 2조5천855억원으로 되레 감소했다(-11.4%).
방카슈랑스로 많이 팔리는 보험 상품은 은행 상품과 유사한 저축성 보험으로, 생명보험의 주력 상품이다.
[표] 2018∼2020년 손해보험 방카슈랑스 채널 원수보험료 수입(단위, 백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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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년 │ 2019년 │20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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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보험사 총계 │ 6,299,216│ 5,713,155│ 5,725,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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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손해보험 제외 │ 3,374,011│ 2,916,843│ 2,585,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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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손해보험협회
지난해 5대 주요 손해보험사(삼성, KB, 현대, DB, 메리츠)의 방카슈랑스 원수보험료는 2019년보다 13.3∼26.0% 쪼그라들었다.
일부 손해보험사는 방카슈랑스 실적 부진에 사업부를 통폐합하는 방안까지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해보험업계 관계자는 "NH농협손해보험을 제외한 손해보험업계에서 방카슈랑스 채널이 계륵이 돼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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