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리핀 중국견제 공조…국방장관들도 '남중국해 문제' 논의
외교장관 '상호방위조약 적용' 언급 이틀 뒤 통화
"양국 국방협력 위해 '위협상황인식' 강화하자" 제안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중국 선박들이 대거 정박하고 있는 남중국해 휫선(Whitsun) 암초를 둘러싸고 미국과 필리핀이 군사협력 방안까지 논의하고 나섰다.
AP통신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과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부 장관은 10일(현지시간) 전화통화를 통해 휫선 암초에 머무는 중국 선박에 대한 논의를 나눴다.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오스틴 장관이 로렌자나 장관에게 국방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남중국해 위협 상황인식'을 강화하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필리핀이 이 같은 대책 논의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테오도로 록신 필리핀 외교장관이 전화통화로 의견을 나눈 지 이틀 만에 다시 나왔다.
블링컨, 록신 장관은 미국과 필리핀이 1951년 체결한 상호 방위조약이 휫선 암초를 비롯한 남중국해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당일 확인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당시 "남중국해의 중국 인민해방군 해상 민병대 선박들의 집결과 관련해 공동의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휫선 암초는 필리핀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자리를 잡고 있는 암초다.
필리핀은 중국 선박 220여척이 작년 말부터 이 암초에 정박하자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은 이들 선박이 어선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필리핀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통제를 받는 '해양민병대'라며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서방 언론들에서는 중국 선박들의 이런 움직임이 영유권 주장을 위한 전통적인 초기 전략이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전략적 요충지인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세력 확장을 억제하기 위해 개입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미국은 남중국해에 핵추진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호와 상륙강습함 마킨 아일랜드호를 파견해 훈련을 벌였다.
AP통신에 따르면 필리핀에 상시주둔 미군은 없지만 방문군 협정(VFA)에 따라 순환배치 병력이 주둔해왔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2016년 취임 이후 이 협정을 파기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과 필리핀의 관계는 최근 장관들의 통화내용에서 보듯 중국견제를 분모로 삼아 경색국면을 벗어나는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최근 국무부의 의회 보고를 인용해 필리핀이 방문군 협정을 곧 연장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휫선 암초는 길이 13㎞, 면적 10㎢에 불과하지만 전략적 가치가 큰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필리핀, 중국, 베트남이 휫선 암초에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휫선 암초를 각각 '줄리안 펠리페 암초', '뉴어자오'(소뿔 암초), '자 바 자우'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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