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긴장 고조 속 우크라-터키 정상회담…협력 강화 논의(종합)
젤렌스키 대통령, 터키 방문…통상 확대·국방 협력 강화 등 협의
터키 "러시아 크림반도 병합 인정 못 해…우크라 나토 가입 지지"
(이스탄불·모스크바=연합뉴스) 김승욱 유철종 특파원 =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와 터키 정상이 회담했다.
양국 정상은 돈바스 지역의 긴장 완화와 흑해 연안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터키 대통령실과 AP·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터키를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회담했다.
터키-우크라이나 간 고위급 전략협의회 제9차 회의 참석을 명분으로 한 회동이었다.
두 정상은 이스탄불에서 오후 3시 45분부터 약 3시간 동안 양국 간통상 확대, 관광 교류 확대, 국방 분야 협력 강화 등을 논의한 뒤 공동기자회견에 나섰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돈바스 지역)에서 휴전을 유지하고 양측이 대화를 통해 분쟁을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최근 돈바스 지역의 정부군과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 간 충돌 격화,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접경 지대 집결 등으로 긴장이 고조된 상황과 관련 "최근의 긴장 상태가 가능한 한 일찍 해소되기를 기대한다"면서 "터키는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과 주권을 강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에르도안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크림반도의 타타르족은 터키인과 민족적 관련성이 있다. 터키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회복에 터키의 지지가 중요하다"며 "터키 측에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일어나고 있는 인권침해와 군사화에 대해 자세히 알렸다"고 말했다.
돈바스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루간스크와 도네츠크 일대를 가리키는 곳으로 친러시아 성향의 주민이 대부분이다.
돈바스의 친러 성향 주민들은 2014년 3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를 전격 병합하자, 분리·독립을 선포하고 중앙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분리주의자들은 현재까지 정부군과 산발적인 교전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약 1만3천 명이 사망했다.
최근 돈바스에서는 분리주의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 사이에 교전이 격화하고 있으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와 가까운 국경지대로 병력을 증강 배치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드미트리 코작 러시아 대통령행정실 부실장은 지난 8일 "우크라이나가 분리주의 반군을 상대로 총력전을 벌일 경우 러시아가 개입할 수 있다"며 군사개입 가능성을 경고했다.
우크라이나에 속했던 크림반도는 지난 2014년 러시아가 주도한 현지 거주 주민들의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로 병합됐다.
러시아는 투표 결과 96.77%의 주민이 러시아 귀속을 지지했다면서 크림 주민들이 국제법에 따라 민주적인 방식으로 러시아로의 병합을 결정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크림을 강제 점령했다면서 반환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은 이 같은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터키와 우크라이나가 양국 외교·국방 장관 모임인 '2+2' 협의체를 가동했다고 전하면서, 양국의 군수분야 협력은 절대 제3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를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터키와 우크라이나는 터키제 정찰·공격용 무인기(드론 Bayraktar TB2)를 우크라이나에서 합작생산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달 말 흑해 해역에서 터키로부터 구매한 Bayraktar TB2를 이용해 군사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터키-우크라이나 정상은 이날 회담 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전망을 지지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공동 선언문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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