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남편 추모프로 너무 많다" BBC에 영국인들 화낸 까닭은(종합)

입력 2021-04-10 21:58
"여왕남편 추모프로 너무 많다" BBC에 영국인들 화낸 까닭은(종합)

기존편성 취소하고 특집물만 방영하자 반발

"기이하다" "국가선전 채널" "드라마 결방 아쉽다"

다른 방송엔 조용…BBC 역할·수신료 징수 때문인듯



(서울=연합뉴스) 홍준석 기자 = 영국 공영 BBC방송이 9일(현지시간) 99살로 별세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남편 필립공(에든버러 공작)을 추모하는 프로그램을 대거 편성했다가 시청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미국 NBC방송에 따르면 BBC는 필립공이 별세하자 이날 오후 6시까지 편성된 프로그램을 모두 취소하고 찰스 왕세자와 앤 공주와의 인터뷰 등 필립공을 추모하는 특별 편성 프로그램을 대신 방영했다.

'마스터 셰프'와 '가드너스 월드' 등 인기 프로그램은 '필립공: 애틋한 기억'과 '필립공: 왕실의 삶' 등으로 대체됐다.

심지어 BBC4에는 이날 오후 10시 45분까지 결방 공지만 떠 있었다.

BBC 대변인은 이날 오후 "공영방송으로서 슬픈 소식을 적절하게 스케줄에 반영했다"면서 "피크타임에 편성한 '고글박스'와 '더 서클' 등은 방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청자들의 빗발치는 항의 속에 BBC는 필립공 추모 프로그램과 관련한 항의를 접수하는 민원 페이지를 따로 만들기도 했다.

BBC에서 앵커로 활동했던 사이먼 매코이는 이날 트위터에서 "BBC1과 BB2가 계속 같은 것만 보여준다"면서 "필립공 별세가 중대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대중에게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권리도 있지 않냐"고 비판했다.

아일랜드 방송인 마이아 던피는 "BBC가 모든 프로그램을 BBC1과 BBC2에 몰아놨는데, 두 채널에는 동시에 똑같은 필립공 추모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다"면서 "정말로 기이하다"고 말했다.

몇몇 누리꾼은 BBC를 국가 선전 채널에 빗대면서 강하게 비판했고, 자신이 시청하는 드라마가 결방했다며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편성표를 대거 바꿔 이날 오후 내내 필립공 별세 소식을 방영한 영국 민영방송 ITV는 BBC와 같은 비판을 받지 않았다.

영국에 국가적 대형사건이 있을 때 BBC는 수시로 대중의 비판을 받아왔다.

심지어 BBC는 200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모친이 별세했을 당시에도 소식을 전한 앵커가 검은색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마 위에 올랐다.

AP통신은 BBC가 다른 매체와 달리 각별히 비판을 많이 받는 사실과 관련해 국민이 납부한 세금이 투입된다는 점을 주목했다.

영국에서 가구당 매년 159파운드(약 24만4천원)씩 BBC 수신료를 납부한다.

최근 경쟁하는 민간 방송사가 늘어나고 스트리밍 서비스도 발달하면서 BBC의 역할을 둘러싼 의문은 점점 커지고 있다.

대중은 BBC를 더 비판적 시선으로 보고 있다.

팀 데이비 BBC 사장은 BBC가 시대에 따라 변화해야 하지만 여전히 영국 사회에 필수적이라고 항변했다.

데이비 사장은 "우리는 넷플릭스와는 다른 목적을 가진다"며 "이윤이 아닌 다른 목적의식을 갖고 방송사를 운영한다"고 말했다.

필립공은 이날 아침 윈저성에서 영면에 들었다.

그는 1947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결혼했으며 사상 최장기간인 70여년간 여왕의 남편 자리를 지켰다.



honk02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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