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각각' 코인 공시…투자자 보호는 어떻게?

입력 2021-04-11 06:11
수정 2021-04-16 14:05
'제각각' 코인 공시…투자자 보호는 어떻게?

업비트, '자유게시판' 형식으로 변경 예고…다른 거래소는 쟁글 활용

"허위 공시가 코인 사기의 시작…업권법으로 규제해야"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최근 들어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김치 프리미엄'(국내 시세가 외국보다 높은 현상)이 되살아날 만큼 국내에서 가상화폐(가상자산, 코인) 투자 광풍이 불지만,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코인 공시에는 특별한 규제가 없는 실정이다.

공시는 정보 비대칭성이 심한 가상화폐 거래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투자 결정 요소지만, 이를 규제할 업권법이 없기 때문에 거래소마다 각자의 판단에 따라 따로 공시 방침을 운용하고 있다.

애초 탈중앙화를 목적으로 생긴 가상화폐에 법적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있는 한편 이미 코스피 거래대금을 뛰어넘을 정도로 큰 투자처로 자리 잡은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시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업비트 "자유게시판 형태로 공시 변경"…다른 거래소는 '쟁글' 활용

11일 가상화폐 거래소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는 이달 2일 기존 공시 체계를 바꾸기로 했다.

업비트는 공지에서 "기존 공시 방식이 자유게시판 형태로 개편될 예정"이라며 "자유게시판에서는 각 프로젝트가 직접 정보를 게시해, 정보의 불균형을 기존보다 더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프로젝트는 쉽게 말해 코인 발행 주체라 할 수 있다.

종전까지는 각 프로젝트의 공시를 사전에 살피고, 걸러냈으나 앞으로는 자유롭게 공시를 올릴 수 있게끔 바꾸는 것이다.

업비트 관계자는 "거래소가 사전에 모든 공시 내용의 진위를 다 확인한다는 게 불가능한 데다 확인에 시간이 걸리면서 오히려 공시의 시의성이 떨어졌다"며 "향후에는 프로젝트들이 자유게시판처럼 직접 공시를 올리고, 사실이 아닐 경우 페널티(처벌)를 주는 방식으로 공시 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페널티나 공시 재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반면 업비트와 함께 실명 계좌를 확보한 4대 거래소 중 다른 3곳은 가상자산 관련 정보공시 플랫폼인 '쟁글'(Xangle)을 활용하고 있다.

2019년 4월 처음 공시 서비스를 시작한 쟁글은 자체 기준(52개)을 통해 프로젝트들의 공시를 검증하고 있다. 이달 현재 쟁글에는 프로젝트 총 2천157개의 정보를 찾아볼 수 있고, 공시는 8천500건이 넘는다.

한 거래소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공시를 일일이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는데, 쟁글은 공시 플랫폼을 내세우고 시작한 회사라서 거래소 사이에 믿음이 있었다"고 쟁글을 이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 "허위 공시가 코인 사기의 시작…업권법으로 규제해야"

이처럼 거래소마다 다른 방식으로 공시를 제공할 수밖에 이유는 무엇보다 업권법이 없어서다.

허위 공시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는 데다 개별적으로 모든 공시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거래소들은 나름대로 공시의 진위나 적정성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방식을 찾은 것이다.

가상자산의 탄생 취지가 탈중앙화기 때문에 법으로 규제한다는 데 반대하는 견해도 있지만, 이미 투자 자산으로서 엄청난 관심을 받는 상황에서 변변한 공시 규제가 없다면 투자자 보호는 요원한 일일 수밖에 없다.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출신인 이종구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은 "법을 만들지 않으면 자율규제하는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자율규제를 하기에는 투자자가 몇백만 명이고 매일 투자금이 수조 원을 넘어 자율규제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조진석 한국디지털에셋(KODA) 최고운영책임자(COO)는 9일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가상자산업권법 태스크포스(TF) 세미나에서 "사기나 탈법 등의 시작점이 공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인들은 코인이 어떻게 생성됐고, 어떤 목적으로 쓰이는지 모른다"며 "업권법으로 (코인)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공시해주는 절차를 만들어줘야 불법적 사기 행위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 업계 관계자 역시 "공시 관련 법이 없으니까 문제들이 터질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 보호를 위한다는 뜻에서 규제는 당연히 있어야 하고, 그래야 거래소들도 안전하게 사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so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