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하고 버티기…스캔들에 대응하는 미 정치권 새 전략"

입력 2021-04-10 00:54
"부인하고 버티기…스캔들에 대응하는 미 정치권 새 전략"

AP통신 보도…쿠오모 주지사·개츠 의원 대응방식 비판

'트럼프식 전략' 평가도…스캔들후 사임한 여성정치인과 대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비위가 터지면 일단 부인하고 버티기.'

AP통신은 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정치 스캔들이 불거졌을 때 사퇴를 거부하고 대중의 관심사에서 잊히길 바라는 것이 정치권의 새로운 풍속도로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AP는 '새로운 전략 : 위기에 처한 정치인들은 사퇴 요구를 거부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과거에는 스캔들 조짐만 있어서 놀라운 속도로 정치를 내려놨지만 이제 더는 그렇지 않다고 평가했다.

겸허하게 공직에서 물러나기는커녕, 잘못한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뉴스 주기가 변하면 유권자들이 비위 혐의를 잊을 것이라고 확신하며 오히려 앞으로 내달린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성년자와 성매매 혐의로 수사 당국의 조사를 받는 공화당 소속 맷 개츠 연방 하원의원이다.

그는 2년 전 17세 소녀에게 돈을 지불하고 여행을 떠나 성관계를 한 혐의를 받지만 이를 완강히 부인한다.

민주당 전략가인 브렌트 콜번은 "분명 이것은 사람들이 위기에 대응할 때 사용하는 새로운 전략"이라며 대응 각본의 새로운 장이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트럼프 스타일 전략'이라고 평가하는 이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기간 막판 음담패설 녹음파일 스캔들이 불거졌을 때 '라커룸 대화'(탈의실에서 남자들끼리 주고받는 시시껄렁한 대화)라는 식으로 무마했다. 공화당 일부에서 대통령 후보직 포기 요구가 있었지만 이를 거부했고, 몇 주 후 대통령에 당선됐다.

AP는 "대통령으로서 트럼프는 계속되는 스캔들에 대해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면서 대응했다"며 "이것이 다른 주제에 대한 새로운 논쟁을 불러오더라도 대중이 한 주제에 너무 오래 매달리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AP는 개츠 의원이 트럼프의 접근법을 모방하는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정치적 폭풍에 직면해 굽히길 거부하는 이는 개츠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소속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도 최근 잇단 성추행 의혹이 터져 나오고 당내 영향력 있는 인사들로부터 압력을 받고 있지만 사퇴를 거부했다.

2019년 랠프 노덤 버지니아 주지사는 과거 대학 졸업앨범에서 KKK(큐 클럭스 클랜·백인 우월주의 결사) 복장을 한 사람과 흑인으로 분장한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사진이 공개돼 논란을 빚었다.

노덤 주지사는 잘못을 인정하며 공개적으로 사과했으나, 며칠 후 자신이 사진 속 인물이 아니라고 번복하는 등 논란을 확대해 민주당에서도 사임 요구에 직면했다.

AP는 기혼 여성 케이티 힐 민주당 전 하원 의원이 2019년 선거 캠프 보좌관과 부적절한 관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사임한 전례를 들어 남녀 정치인 간 차이에도 주목했다.

민주당 전략가인 니콜 브러네-슈미츠는 "남성 정치인은 부인하고 이것이 지나가기만 바란다. 여성은 그렇게 해도 욕을 먹고, 하지 않아도 욕을 먹는다"고 말했다.

샌버너디노 캘리포니아주립대의 메레디스 콘로브 교수는 스캔들이 터졌을 때 남성에 비해 여성이 더 큰 피해를 보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AP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추문이 터졌을 때 끝내 회개하는 모습을 보여 비난의 화살이 탄핵을 추진하던 공화당에 쏠리게 한 사례를 꼽았다.

또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 의장이 1999년 스캔들로 물러났다가 2012년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할 만큼 정치적 입지를 회복한 전례가 있다면서 최근 정치인들의 부인 전략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실었다.

민주당 전략가인 콜번은 목표가 단순히 자리를 유지하는 것이라면 스캔들 부인과 사퇴 거부가 효과적 전략이지만 영향력을 얻는 것이라면 방법이 아니라며 "효과가 있다는 것이 옳은 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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